[오늘과내일] 홍범도의 두번째 강제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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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홍범도의 두번째 강제이주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3-09-03 08:56
  • 수정 2023-09-03 09:5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오광영
오광영 이사
홍범도 장군이 86년 만에 강제이주 된다. 86년 전에는 살아있는 몸이었지만 2023년에는 그 명예와 정신이 담긴 흉상이다. 86년 전에는 스탈린이라는 공산 독재자에 의해서였고 지금은 조국의 모지리 지도자에 의해서다. 86년 전에는 중앙아시아라는 갈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도 않았다. 홍범도 장군이 타계한 지 80년이 되는 해에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강제이주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치른 독립군들은 일본의 대대적인 토벌을 피해 국경을 넘어 소련영토인 연해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군대를 재편하고 무기를 사들여서 일본군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22년 발생한 자유시 참변은 무장투쟁의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무장이 해제되고 항일무장투쟁 단체의 해산이 이루어지고 무장도 해제되고 많은 사람이 상해 임시정부로 가거나 다른 지방으로 흩어졌다. 가족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던 홍범도는 연해주 남부에 정착했다.

홍범도는 고려인들과 자신의 옛 부하들과 함께 집단농장인 콜호즈에서 생활했는데 지역 사회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60세가 되던 1927년에 소련 공산당에 정식으로 입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10년 후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극동 지역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는 과정에서 홍범도도 카자흐스탄공화국 크즐오르다 주로 이주됐다. 홍범도는 크즐오르다에서 고려극장의 경비원으로 일하며 말년을 보냈다. 그나마 1942년 4월 고려극장이 우슈토베로 이전하자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가 1943년 10월 25일 쓸쓸히 타계했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는 홍범도와 고려인들에게는 엄청난 어려움이었지만 소수민족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23년에 펼쳐지는 강제이주 굿판의 근거는 무엇일까? 국방부가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그의 소련공산당 입당 경력과 자유시 참변 가담 의혹, 빨치산 활동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의혹은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있을 수가 없는 악의적 프레임을 품고 있다. 공산당 입당은 일본에 맞서서 지속적인 독립투쟁을 하기 위해서였다. 1920~1930년대 식민지 국가의 민족해방운동에 코민테른이나 소비에트가 무기를 공급하거나 군사훈련을 시기키도 했다는 것은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또 하나는 고려인들과 집단농장을 운영하면서 토지를 불하받거나 자신이 60세가 되면서 연금을 타기 위한 생활적인 요구가 작용했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을 마치 김일성 공산당과 연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야말로 매우 악의적인 매카시즘(McCarthyism: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공산주의 선풍 프레임) 프레임이다. 공산당 가입 경력을 문제 삼는다면 해방공간에서 남조선로동당원으로 활동하다 발각되어 사형을 구형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훨씬 악질적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인 자유시 참변 가담 의혹이야말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그야말로 만들어진 의혹이다. 역사학자 그 누구도 홍범도가 자유시 참변의 가해자로 참여했다는 근거를 제시한 적도 주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홍범도 장군은 사건 발발 6개월 후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탄원서를 소련 정부, 러시아 공산당, 국제공산연맹 측에 제출하였다. 이 탄원에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최진동, 이청천, 이병채, 허근 등 대대장급 29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빨치산으로 봉오동과 청산리에 참여한 의혹에 이르러서는 국방부의 무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빨치산은 'partisan'에서 넘어온 말로 비정규군을 뜻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군대도 없고 국가도 없는데 이때 독립운동한 사람은 다 빨치산"이라며 "그때 활동한 걸 (6·25 전쟁 당시) 빨치산이라고 하면 얼마나 부끄럽고 천박하냐"고 직격한 영상은 무려 430만회의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오시프 김이 쓴 '소련한인극단'이라는 책에 홍범도는 73세 때 일본놈들과 싸우겠다며 소련 정규군에 지원하였으나 고령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자신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사격장에 사람을 불러모은 뒤 25m 떨어진 거리에서 작은 동전을 총을 쏴 명중시켰다고 한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일본과 싸우겠다는 일념을 갖고 살던 독립영웅이 부관참시돼 난도질당한 채 또다시 강제 이주 당할 처지에 놓인 현실에 국민은 분노한다. 조사에 의하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22%에 불과하다. 흉상이전 반대를 표명한 절대 다수의 국민과 "모시고 갔으면 제대로 모셔라"고 절규하는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외침에 답해야 한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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