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우뚝한 희망의 등대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우뚝한 희망의 등대

소설은 아무나 쓰나?

  • 승인 2023-09-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겹도록 더웠던 여름이 막바지 짐을 싸고 있다. 드디어 가을이 되었다. 조석으로 시원하니 비로소 살 듯싶다. 역시 계절은 속일 수 없다. 9월은 비단 계절만 바뀌는 게 아니다.

자화자찬이겠지만 9월부터는 나의 호칭도 바뀐다.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기자, 작가, 강사라는 별칭을 들었는데 여기에 소설가가 추가되는 것은 나도 이제야 비로소 소설을 집필한 때문이다.

"최종 교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회신을 받는 즉시 인쇄에 들어가겠습니다"라는 출판사의 안내문을 받은 건 어제 오후. 그 즉시 작업에 들어가 자정을 넘기도록 소설 원고 전체를 다시 살폈다. 그러자 다시금 눈에 밟히는 부분이 속속 드러났다.

역시 책은 고치면 고칠수록 명작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발간되는 소설로 인해 나는 이제 여섯 권의 저서를 내는 작가가 된다.



주변에서 "일반 사람은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나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라는 칭찬을 곧잘 듣는다. 그러한 덕담이 비록 영혼 없는 공치사라 할지라도 기분이 좋은 건 솔직히 속일 수 없다.

여하튼 9월의 셋째 주 수요일에 출판기념회까지 가질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내 마음은 흥분의 그네를 타고 있다. 지난 3월의 난생처음 첫 출판기념회에 이은 두 번째 대면 행사이기 때문이다.

생애 첫 저서인 <경비원 홍키호테>를 출간한 건 2015년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출판한 소설이자 전 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고전 중 하나인 <돈키호테>를 연상하며 제목에서 일부 차용한 이 작품은 내 인생의 모든 걸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키호테의 전매특허랄 수 있는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는 투철한 삶의 방정식을 따랐다고나 할까.

첫 출간 이후 8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거듭하여 다섯 권의 저서를 연거푸 발간했으니, 작가로써 크게 농땡이를 부린 건 아니지 싶다. 어쨌든 첫 번째 출판기념회 때나 이번에도 역시나 출판기념회에 나의 가족은 아무도 출연하지 않는다.

원인은 베스트셀러 작가는커녕 그동안 출간하면서 늘기만 한 빚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아내는 "그깟 돈도 안 되는 책은 뭣 하러 기를 쓰고 내느냐?"면서 타박이다. 가난한 작가의 아내로 살아오면서 물질적 빈곤에 넌더리가 난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가난의 장기화는 평범했던 주부까지 삶의 투사로 만든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럴 적마다 솔직히 나는 비애를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부 사이라는 건 백년해로(百年偕老)가 되어야지 결코 시도지교(市道之交, 시장과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라는 뜻으로, 단지 이익만을 위한 교제를 이르는 말)의 사이는 아니거늘.

그렇지만 나는 또다시 이를 악물며 다짐한다. "입때껏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오전육기(五顚六起)의 기적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며. 그 우뚝한 희망의 등대는 베스트셀러로의 등극이다.

사족이겠지만 간혹 소설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기에 지적코자 한다. 범죄 혐의를 추궁하는 검사에게 피의자가 "검사님 소설 쓰고 계시는군요"라든가, 심지어 국회에서조차 "지금 소설을 쓰는 겁니까?"라며 반박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과연 단편소설이라도 하나 써 봤을까? 소설은 아무나 쓰나? 더욱이 장편소설은.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영경 성남시의회 의원, 초등생 자녀 학폭 사건 사과문 발표
  2. [국감현장]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역량 줄고 미제사건 많아" 국감서 지적
  3. [국감현장] 육군 병력 17만 명 감소... 초급간부, 중견간부 처우개선 절실
  4. [국감현장] R&D 삭감 회복 대책·정년 폐지 등 처우 개선… 노벨과학상 기대도
  5. 1천억대 전자담배 기술 발명 배상금 소송 개시
  1. 박안수 육군총장 "北 쓰레기풍선 GPS교란 맞서 최정예 육군 건설에 집중"
  2. [제105회 전국체전]대전·세종·충남선수단, 충청권 체육의 저력 전국에 과시
  3. [WHY이슈현장]둔산지구 개발에 사라진 '삼천동'…"아 삼천(三川)의 대전이여"
  4. 경비노동자 초단기계약 악습 끊고 1년이상 계약 추진... 첫발 내딘 계룡리슈빌학의뜰아파트
  5. 계룡건설, 동반성장지수평가 '우수' 등급 획득

헤드라인 뉴스


세종 갈등현안 일방통행 거듭… 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세종 갈등현안 일방통행 거듭… 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논쟁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은 정원박람회를 통한 국비 확보로 붐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국가정원 등록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강변해왔다. 닭이 우선이란 뜻이고, 순천시가 걸어온 길로 통한다. 반면 임채성 의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3명 중 12명은 지방정원(지자체 자체 지정) 또는 국가정원(정부 승인) 등록 흐름을 만든 뒤 '국제 행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최민호 시장, 10월 17일 시정 복귀...플랜 B 찾는다
최민호 시장, 10월 17일 시정 복귀...플랜 B 찾는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10월 17일 시정 복귀와 함께 플랜 B 실행을 예고했다. 플랜 B는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란 플랜 A(원안)이 사실상 무산 상황에 놓이면서, 다시 찾아야 할 차선책을 의미한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미래 정원도시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0월 11일 오후 4시경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NK세종병원에서 요양 치료를 받은 뒤 6일 만의 복귀 메시지다. 공직사회와 지역 언론,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배경이다. 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지방 주택시장 위협하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지방 주택시장 위협하나

정부가 최근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하면서, 전용 85㎡ 이하·평가액 5억 원 미만 주택이 많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HUG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신한·하나은행 등은 21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이를 반영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인 경우 최대 5억 원 주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 대전 유성구, 겨울철 대비 도로 안전 캠페인 실시 대전 유성구, 겨울철 대비 도로 안전 캠페인 실시

  •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 전기차 화재…‘이렇게 탈출 하세요’ 전기차 화재…‘이렇게 탈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