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별세, 女군의관이자 지방의료 선진화 헌신 삶

  • 사회/교육
  • 건강/의료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별세, 女군의관이자 지방의료 선진화 헌신 삶

을지재단 성장에 일평생 1일 향년 94세 소천
대전육군병원서 박영하 박사 만나 부부 인연
전쟁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생명 존귀함 체득
범석장학재단 설립 27년 연구비·장학금 수여

  • 승인 2023-09-01 17:21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전증희 명예회장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소천했다.
한국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해 초기 군 간호학 근간을 마련하고, 남편 범석 박영하(1927~2013) 박사와 함께 을지재단의 발전을 이끌어온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사진)이 1일 소천했다. 향년 94세.

전 회장은 1929년 7월 6일생으로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초임지는 대전 제2육군병원 수술실. 부상병이 속출하는 수술실이었지만 특유의 명철함과 성실함으로 군 간호학의 근간을 마련하는 등 간호 분야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을지재단 설립자 범석 박영하 박사와 대전 제2육군병원에서 처음 만나 1952년 전쟁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오늘날의 을지재단을 함께 일궈왔다. 한국전장에서 군의관과 간호장교로 만난 두 사람은 전쟁 중 의사와 간호사로 복무하면서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깊이 체득하고, 이러한 정신은 후일 '인간사랑생명존중'이라는 을지재단의 설립이념으로 발현됐다. 부부가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은 의료계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1953년 대위로 예편한 전 회장은 남편 범석 박영하 박사와 함께 1956년 서울 을지로에서 을지재단의 시초인 박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하며, 헌신적인 내조로 을지재단의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개원 초 야간 산부인과를 운영할 땐 간호는 물론 병원 전반의 업무를 처리하며 큰 힘을 보탰다.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재단법인 을지병원 상임이사로 재임하며 산하 의료원의 환자간호와 간호행정 발전에 힘을 쏟았다. 당시 전 회장이 전문적인 간호인력 양성에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만든 을지의 간호행정 매뉴얼은 전국 병원에 퍼져나가 기본 교과서로 회자될 만큼 주목받기도 했다. 이러한 전 회장의 노력은 현재 을지대학교의료원의 전문적인 간호체계의 기틀이 되었다.

0901을지재단
을지재단 설립 박영하(1927~2013) 박사와 전증희(1929~2023) 여사의 군복무 시절 모습.  (사진=을지재단 제공)
또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을지재단 부회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의료사업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에 주력했다.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을지의료봉사단을 창단해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 수재민을 위한 무료진료소 개설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이때마다 전 회장은 언제나 앞장서서 현장을 방문해 지역민과 함께했다.

후학양성 및 인재육성을 위해 1997년 10억 원의 개인재산을 출연, 재단법인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27년간 2,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600여 명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발굴해 연구비 지원 사업과 범석상 시상을 전개하며, 국내 유수의 장학재단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전 회장은 범석학술장학재단 설립에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사재 37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2013년 남편인 박영하 박사가 소천하며 남긴 전 재산 172억 원을 학교와 재단에 기부하는 등 의학발전과 후학양성을 위하여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앞장섰다.

이렇듯 국내 의학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전증희 회장은 2013년 5월 7일 영면한 고 범석 박영하 을지재단 설립자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안장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박준영(을지재단 회장), 딸 박준숙(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사위 최원식(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 며느리 홍성희(을지대학교 총장) 등이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을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전경.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