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부문별로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은 올해 80조9000억원에서 73조7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 감액됐으며, 평생·직업교육 예산은 1조4400억원에서 1조2200억원으로 2200억원 줄었다.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올해 13조50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으로 7000억원이 증액됐다.
이번 교육예산안의 중점 투자 방향은 ▲글로컬대학 등 대학혁신 재정지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대학생 학비 부담 경감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등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방점이 찍혀있다. 실제 올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5조4000억원 증액된 14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했으며, 글로컬대학 지원, 첨단분야 인재양성, 대학생의 학비 부담경감 등에 5912억원 증액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저금리 지원 예산을 1603억원 증액했다. 특히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위해 기초·차상위 모든 자녀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학자금 지원 1~3구간과 4~6구간의 지원 단가를 각각 50만원, 30만원 인상키로 했다. 또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집중 지원 예산으로 1818억원을 증액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에 635억원이,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에 480억원이, 첨단분야 혁신융합 대학에 567억원 등이 증액 반영됐다.
다만, 내년 전체 교육예산이 6조3725억원 감액된 것에 대해 시·도교육청별 재정 안정화 기금 등을 활용해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교육혁신 등 핵심교육개혁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학 내 혁신은 물론 대학과 지역사회 간 벽을 허무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대규모 대학지원사업이 전환되는 초석이 마련됐고, 글로컬대학 등 대학혁신에 대폭 재정이 확충되면서 대학의 혁신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교육예산이 감액된 가운데 대학 재정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지역 교육계에서는 유·초·중등 교육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RISE, 글로컬대학, 대학장학금 등 대학 예산에 집중적으로 편성됐으며, 최대 25%가량 증액됐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교육예산이 대학(고등교육)에 집중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고등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기반을 다지는 초·중등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선 감액이 아닌 증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교부금이 내려와 봐야 알겠지만, 1월 1일부터 법 개정으로 초·중등교육회계 예산의 일부가 고등·평생교육회계로 넘어간 상황에서 더 예산이 줄어든다면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역시 유·초·중등 교육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조원 가까이 줄어들어 우려된다"면서 "학생 교육에 투여되는 예산을 우선 편성해 학습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와 국회가 속도를 내는 교원의 교육권 보장 입법, 정책들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권 회복 예산'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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