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부 차장. |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고르고 난 뒤 받아든 영수증이다. 라면, 우유, 과일 몇 개, 바나나, 삼겹살 400g, 마늘, 오이고추 등등. 품목 하나하나 고를 때면 일주일 사이 이 가격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올라버렸다. 상추는 많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3000원이 넘었다. 5초간 망설이다 내려놓았다.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하지만 체감은 달랐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했다.
6월 대전 소비자물가는 21개월 만에 2.5%로 2%대를 진입했다. 7월엔 이보다 낮은 2.3%로 또 떨어졌다. 그럼에도 지갑 사정과는 달리 체감 물가는 10%대를 넘어서는 느낌이다. 정부의 발표와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사이에 괴리가 큰 셈이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2%대를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식품물가지수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7월 식품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4.1% 상승했다. 채소나 사과 등도 집중호우와 폭염 등 날씨 문제로 작황이 좋지 않다보니 가격 상승세로 이어졌다. 최근 물가 안정이 되고 있다는 상황에도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급격히 치고 올라왔다. 같은 가격을 넣어도 기름 게이지가 확연하게 차이난다. 연초만 하더라도 휘발유는 1500원 중반대에 머물렀는데, 유류세 인하 폭이 37%에서 25%로 축소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하락이 이어지다 최근 들어 유가가 재차 상승하자 1700원선을 넘어섰다. 휘발유는 27일 기준 1734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한때 2000원을 넘어섰던 경유는 유류세 인하 폭이 37%로 유지되면서 그나마 가격 안정세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에는 어쩔 수 없는지 27일 기준 1630원까지 치고 올라서며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수가 부족해 당초 이달 말까지였던 유류세 인하 폭을 10월까지 연장한 건 참으로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부담이 가긴 마찬가지다.
명절도 코앞이다. 9월엔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고,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 과자 값이라도 쥐어 줘야 하는데 밖에만 나가면 돈이 줄줄 새는 형국이다. 다가오는 명절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주부들의 근심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월부터야 2%대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집중호우에 올라버린 농작물 가격과 추석 성수품 수요 등이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또 휘발유와 경유 등의 가격이 급등에 전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고된다. 물가 안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게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갑이 닫혀가기 시작하면 돈이 돌지 않는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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