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한편 권력기반이 양호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통합정치를 외면하는 바람에 재임 중이나 퇴임 후에 불명예를 안은 정부수반들이 적지 않다. 장면 국무총리는 4·19혁명에 의해 수립된 제2공화국 정부를 거국내각이나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신민당과의 연립내각으로 운영했더라면, 경제건설제일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했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을 통해 권위주의와의 단절을 시도한 만큼 인치가 아닌 민주적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했더라면, 정경유착을 최소화하고 외환위기를 예방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에게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조건을 달지 말고 연정을 제안했더라면, 역사적 타협의 단초를 마련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야당 후보보다 530여만 표 차이로 압승한 것을 기화로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었더라면, 사익편취의 오명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1석 차이로 패배했을 때 국정 쇄신과 당내 비주류와의 소통을 추진했더라면, 탄핵을 면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민집회로 집권했더라도 대선에서 41.08%를 득표했기 때문에 탄핵을 찬성한 각 정파의 지도자나 대선 후보들을 내각에 합류시키던지 아니면 그들로부터 천거받은 인사를 기용했더라면, 이렇다 할 국정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두었을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심판에서 국회탄핵심판소추위원장의 역할을 한 야당의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법무부장관에 기용했더라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다.
이처럼 명예스럽지 못한 정부수반들과 달리 통합정치를 성사시켜 비교적 안정적인 국정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낳은 정부수반들도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대선에서 36.6%를 득표할 정도로 취약한 권력기반을 비록 보수연합이지만 '3당합당'을 통해 확대함으로써 200만호 아파트 건설을 통해 중산층을 육성했으며, 북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 간의 연대인 'DJP연합'을 성사시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발전시키는 한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해 복지국가의 초석을 마련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난다"라는 속담이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죄는 지은 데로 덕은 닦은 데로」라는 제목처럼 사필귀정으로 귀결된다. 하물며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통합정치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리더들이 통합정치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정치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대화를 하고, 밥도 함께 먹고, 산책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래야 국정에 대한 협력을 허심탄회하게 요청할 수 있고, 정책과제의 추진을 둘러싼 이견들을 지혜롭게 조정할 수 있다.
지혜가 있는 정치리더라면, 역대 정부수반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용기가 있는 정치리더라면, 지금(Now)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치리더는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한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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