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 오명희 판사는 중국 청도와 대련에 사무실과 숙소를 운영 중인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66회에 걸쳐 13억1100만 원을 가로챈 A(32)씨에게 범죄단체가입과 활동,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중국에 머물며 국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고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현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전화상담원 역할을 맡았다. A씨가 활동한 단체는 사장과 팀장, 상담원으로 역할을 정하고 직원간 실명 사용 금지, 개인 휴대폰 사용 금지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사무실과 숙소의 물적 설비를 갖춘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 1월까지 피해자들을 전화로 유인하는 전화상담원 역할을 하면서 66회에 걸쳐 13억1100만 원을 계좌로 송금받거나 문화상품권 핀(PIN)번호로 전송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상품권 핀번호'로 보내게 한 후 국내에 있는 사설 환전업자를 거쳐 위안화로 교체하는 '신종 자금세탁 기법'을 사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검찰은 A씨가 활동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의 주범을 함께 기소해 재판 중으로, 범죄수익금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 토지, 차량을 추징했다.
같은 날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앞서 사건과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피해자를 만나 현금 수거책을 수행한 B(61)씨에게 사기, 사문서위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8월 23일께 경기도 남양주의 한 식당에서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마치 예치금을 수금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1920만 원을 편취하는 등 7일간 총 4차례에 걸쳐 5406만 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에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리를 맡은 형사5단독은 B씨가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 부동산 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생각해 일당 10만 원과 경비 5만 원의 많지 않은 수당을 받았고, 추적에 용이한 자신의 차량이나 사촌누나의 차량으로 지정된 장소에 나가 피해자들을 만나는 등 B씨가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정헌 판사는 "범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으며, 자신을 채용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라고 인식해 보이스피싱 범죄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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