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으로 가로채고 정상업무처럼 수거책 조종… 보이스피싱 '고도화'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상품권으로 가로채고 정상업무처럼 수거책 조종… 보이스피싱 '고도화'

보이스피싱 가담 피고 '징역' '무죄' 엇갈려
문화상품권 핀번호로 편취해 추적 따돌려
채용사이트서 정상 업무처럼 '취직 빙자'

  • 승인 2023-08-28 17:40
  • 수정 2023-08-28 18:23
  • 신문게재 2023-08-29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2101701001042900040951
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해 피해자를 속이는 전화 알선책과 현금 수거책을 맡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징역과 무죄까지 판결이 엇갈렸다. 문화상품권 핀번호로 피해 금액을 전달받아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대중적 사이트에서 정상 기업처럼 가장해 현금 수거책을 채용 형식으로 악용한 사례로 분석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 오명희 판사는 중국 청도와 대련에 사무실과 숙소를 운영 중인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66회에 걸쳐 13억1100만 원을 가로챈 A(32)씨에게 범죄단체가입과 활동,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중국에 머물며 국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고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현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전화상담원 역할을 맡았다. A씨가 활동한 단체는 사장과 팀장, 상담원으로 역할을 정하고 직원간 실명 사용 금지, 개인 휴대폰 사용 금지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사무실과 숙소의 물적 설비를 갖춘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 1월까지 피해자들을 전화로 유인하는 전화상담원 역할을 하면서 66회에 걸쳐 13억1100만 원을 계좌로 송금받거나 문화상품권 핀(PIN)번호로 전송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상품권 핀번호'로 보내게 한 후 국내에 있는 사설 환전업자를 거쳐 위안화로 교체하는 '신종 자금세탁 기법'을 사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검찰은 A씨가 활동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의 주범을 함께 기소해 재판 중으로, 범죄수익금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 토지, 차량을 추징했다.

같은 날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앞서 사건과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피해자를 만나 현금 수거책을 수행한 B(61)씨에게 사기, 사문서위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8월 23일께 경기도 남양주의 한 식당에서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마치 예치금을 수금하러 온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1920만 원을 편취하는 등 7일간 총 4차례에 걸쳐 5406만 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에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리를 맡은 형사5단독은 B씨가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 부동산 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생각해 일당 10만 원과 경비 5만 원의 많지 않은 수당을 받았고, 추적에 용이한 자신의 차량이나 사촌누나의 차량으로 지정된 장소에 나가 피해자들을 만나는 등 B씨가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정헌 판사는 "범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으며, 자신을 채용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라고 인식해 보이스피싱 범죄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4.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2.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3.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4.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5.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