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조삼모사(朝三暮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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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조삼모사(朝三暮四)

  • 승인 2023-08-29 17:14
  • 신문게재 2023-08-3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원구환 한남대 링크사업단장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누구라도 한번은 들어 봤을 법하다. 원래 뜻대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해학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요즘 세대는 조삼모사를 '조금 모르면 3번, 모르면 4번'이라고 한다. 요행을 바라는 신조어지만,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하다. 그러나 결과는 늘 같다고 생각되지만.

조삼모사의 원래 뜻은 어리석은 결정을 의미한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거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거나 결과는 동일하다. 결과는 같은데, 어리석은 결정을 할 때 자주 인용된다. 당장의 차별이 그만큼 무섭다는 뜻도 된다. 결과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할 때 활용된다. 그러나 밤에 쉬고, 낮에 활동을 한다면, 아침에 4개를 받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조삼모사는 잔꾀를 써서 남을 속일 때 사용되기도 한다. 결과는 같은데, 미래의 부족함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여 꾀를 내는 경우다. 현재의 긍정이 미래의 부정보다 낫다는 의미다. 심리학자들의 실증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동일한 내용이라도 긍정문이 부정문보다 수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짜릿한 유혹일 수 있다. 유토피아적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득표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갈등이 자주 거론된다. 부모와 자식 세대의 일처럼 정부 재정이 그렇다. 정부가 빚을 내어 사업을 한다면 누군가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빚을 내어 현 세대의 만족을 꾀한다면, 미래 세대는 혜택보다는 갚아야 할 부채가 많아진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균등한 혜택과 부담, 세대 간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 더 많이 빌리고, 내일 덜 빌린다 하더라도 갚아야 할 빚의 총량은 같다.



환경 문제도 그렇다. 현 세대의 무분별한 사용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온 자산이다. 현 세대가 너무 남용하면 그 결과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북극곰의 눈물이 그렇고, 전 세계의 이상 기후변화가 그렇다. 환경 보전을 위한 의사결정은 오늘만의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부정의 조삼모사를 긍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어리석은 결정보다는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동일한 결과이지만,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했다는 의미가 크다. 의견수렴을 통한 결정은 그만큼 수용성과 정당성을 높이게 된다.

정부는 국민의 삶에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한다. 국민 생활에 필요한 물, 전기, 가스 등을 공급해야 하고, 도로, 철도, 항만 등과 같은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시설도 제공해야 한다. 인구소멸에 따른 지역위기도 극복해야 하고, 청년 취업, 빈곤 문제, 아동빈곤, 노인복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방과 경찰, 소방과 같은 국민 안전보장도 담당해야 하고, 외교 갈등과 재난 극복도 중요한 국정과제다. 연구개발과 경제 활성화, 교육, 의료, 정보화 등 할 일이 많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늘 부족하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상황을 고려하여 최적의 자원배분을 도모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만족시키는 자원의 최적 배분은 쉽지 않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의견을 묻고 일을 하는 것이 순서다. 의견수렴의 부재는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사회적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삼모사라도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당장의 혜택에 연연하거나 잔꾀를 부리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결정은 위정자들이 버려야 할 '제1 덕목'이다.

정치와 행정은 유사하지만, 다르다. 정치인은 투표로 먹고 살지만, 공무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분이 보장된다.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치에 휩쓸리지 말라는 의미다. 국민의 의견과 동떨어진 의사결정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권력분립을 해야 한다. 기린이 잠자고, 스라소니가 춤추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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