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소설가 |
지난 15일 광복절날 개봉한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영화가 장안의 화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 중에 위의 말이 나온다.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에서 인용한 말이며, 산스크리트어로 '거룩한 자의 노래'라는 뜻이다. 인도인의 정신적 지침서와 같은 책이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이 책 구절을 산스크리트어로 읽는다. 물리학뿐만 아니라 언어의 천재성까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20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위대한 물리학자로,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어쩌면 한국의 광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극을 향해 나아가던 시점, 태평양 전쟁의 승기는 미국 쪽으로 점점 기울게 된다.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종전회담이 있었지만 일본은 끝내 항복 요구를 거부해, 결국 핵무기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실전투입 된다.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과 함께 한국은 광복을 맞이한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뉴스를 통해 원폭 투하 소식을 접한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원자폭탄으로 인해 사망하고 부상당한 것에 대해 그는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고, 전후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반전운동을 전개하며 수소폭탄 제조에도 반대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원인을 제공했다.
영화는 교차편집되며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구석진 방에서 청문회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무죄라는 것은 당시에도 밝혀졌지만 국가 안보상 위험인물이라는 이유로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고, 후두암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이런 상반된 모습을 쫓으며 그의 고뇌와 항변을 담고 있다.
나는 '오펜하이머' 영화를 광복절인 8월15일 보았다. 36년이라는 악몽과도 같았던 식민역사를 일순간에 지워버린 한방이었다. 그의 고뇌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징용, 징병, 정신대 한국인들의 비애를 생각하면 광복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진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하며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고 말하지만 나는 '모든 역사에는 음양이 있고, 그는 우리의 구원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바가바드 기타' 경전에는 이런 말도 있다. '네 할 일은 오직 행동에만 있지 결코 그 결과에 있지 않다. 행동의 결과를 네 동기가 되게 하지 마라. 그러나 또 행동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결과가 좋고 나쁨을 동일하게 보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라.'(제2장 47절, 48절)
오펜하이머에게 원자폭탄은 독일보다는 먼저 만들어야 하는 무기였고, 전쟁을 끝장낼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무기가 각국의 무기고에 쌓이는 순간, 세상을 끝낼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그가 원자폭탄을 만들지 말았어야 할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독일이 먼저 이 무기를 개발했다면 아마 세계는 현재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 국가로 지금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에서 당시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제 손에 피를 묻혔다'는 오펜하이머의 고뇌하는 말에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며 이런 답을 준다. '일본인에게 원자폭탄은 누가 만들었냐가 아니고, 누가 투하를 지시했냐가 더 중요하다'고…….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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