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기온상승은 온실가스에 기인하며 이는 대량생산 산업화와 밀접히 관련이 있다. 온실가스는 주로 다음의 다섯 분야 교통운송(29%), 발전(28%), 공장(22%), 건물유지(12%), 농업(9%)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중에서 농업을 제외한 부분은 사실상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에 관련된 영역으로 무려 9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량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 채굴과 제련, 상품생산을 위한 원자재 가공과 집적화, 상품수송 등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며 부산물인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발생시킨 대기오염물질이 지구를 꾸준히 덥히고 있다.
수출 대국인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국가다. 대기오염 중에서 잘 알려진 이산화탄소(CO2), 메탄(CH4)과 산화질화물(N2O) 이외의 공장에서 주로 생성되는 불화계 가스가 있다. 불화계 가스들은 온실가스 총비율에서 3%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온실효과는 1만 배 이상 크며 대기 중에 500년 이상 존재할 수 있어서 특별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 윌리엄 맥어스킬은 그의 책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에서 현대인들은 잠김(lock-in)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제품에 대하여 형성된 친숙함과 편리함 때문에 쉽사리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려 들지 않는 효과가 잠김효과다. 필자가 보기에 현대인은 산업화가 안겨준 편의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으로도 잠김효과가 이해됐다. 이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도덕적으로 우선돼야 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맥어스킬이 주장했다. 이를 장기주의라 일컫는다. 장기주의 관점에서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 대단히 중요함이 이 책에서 거듭 강조되고 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거대 자본에 기반한 매스미디어가 제시해주는 광고성의 세계에 깊이 잠겨있는 현대의 개개인에게는 어렵고 어쩜 두려운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의 지혜로운 선택은 인간 편의 중심이 아닌 생태계 중심의 선택이 돼야 한다. 자연 수준의 온실가스는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가스다. 지구 표면에서 되튀어 나오는 적외선을 열로 전환해주는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는 생명 개체수가 빈약한 무척 추운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2차대전 이후로 80년이 안 된 짧은 시간 동안에 산업화로 인한 과량의 온실가스 생성과 배출은 지구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렸고 이로 인해 우리는 수해, 폭염, 한파, 해수온 상승 등 환경재앙을 뉴노멀로 마주하게 됐다. 해수면 상승으로 안분지족의 삶을 꾸리던 작은 섬나라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이는 오염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 행위에 따르는 도덕적인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중용의 금언인 과유불급의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2016년에 온실가스의 대대적인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이 어렵게 국제적 협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프레임 워크는 기후변화와 오염물질의 심각성에 대한 강력한 행동을 각 나라에 요구하게 됐다. 아쉽게도 파리협정과 탄소중립은 팬데믹 이후 각종 경제 활성화 정책에 밀리고 있다. 광복절이 지나면 아침과 저녁으로 시원해진 공기를 쐬고 싶다.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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