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규 교사 |
지난 6월 말 본교 6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정해 10명씩 2회에 걸쳐 총 20명을 분교로 초대해 주말 2박 3일 캠핑을 했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텐트에서 자고, 음식도 직접 해 먹으며, 섬에서 느낄 수 있는 갯벌체험, 트레킹, 레크레이션, 공포체험 등을 선사했다. 코로나19로 3년 넘게 하지 못했던 정말 오랜만에 실시한 야영교육이었다.
힘든 일정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2박 3일간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갔을 것이다. 선생님 못지않게 훌륭한 역할을 해준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보인 학생도 적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선뜻 어울리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찾는 학생, 자발적으로 먹지 못하고 밥을 줘도 배가 안 고프다며 다섯 끼니를 굶다시피 하는 학생, 잔꾀를 부려 궂은일을 남에게 미루는 학생, 혼자만 튀는 개인행동을 기어코 하는 학생 등 부적응 행동을 보였다.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비대면이 익숙한 아이들이라 그럴까? 아니면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대라서 그럴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학생이 못나고 나빠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단체활동의 노하우를 배우지 못한 결과다.
이전의 학교교육과정 속에 녹아든 청소년단체 활동을 통해 선후배가 모여 야영을 하며 다년간 단체생활을 배우던 야영교육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은 다소 번잡하고 고생스러워 보이는 이런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멀리 해방 이후 힘든 시기부터 마을과 학교를 근간으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4-H회 등 다양한 청소년단체가 각각의 이념과 규율을 가지고, 나름의 체계로 청소년을 교육해왔다. 청소년들은 단체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성과 소통의 기술을 습득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을 익히며, 과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문제해결력과 리더십을 키우는 등 자기개발이 가능했다.
이제는 시대정신이 바뀌고 청소년단체 활동에 대한 가치충돌이 일어났다. 이미 수년간 학교에서는 청소년단체 활동을 하지 못하겠다는 피로감을 호소해왔고, 청소년단체 활동이 교사 본연의 업무인가의 논쟁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청소년단체 업무는 학교에서 기피 1순위 업무가 되어 젊은 저경력 교사, 특히 갓 군대를 전역하고 복직한 남교사의 에너지를 필요조건으로 해 업무가 맡겨지곤 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9년 2월,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업무정상화를 이유로 2019학년도 신학기부터 청소년단체 관련 업무를 단위학교 업무분장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충청남도의회에서는 2019년 4월 22일, '충청남도교육청 청소년단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고, 청소년단체 활동을 통해 심신을 수련함으로써 지도력, 사회성, 창의력을 계발하고, 조화롭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청소년단체를 육성코자 했다. 하지만 2020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정책사업들을 검토하여 폐지, 축소, 통합한다고 밝히며, 학교청소년단체 사업을 폐지·일몰시켰다.
마을과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던 청소년단체 활동이 학교에서 사라지는 시대상황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장기화로 그나마 학교에 남아있던 청소년단체 마저도 대가 끊긴 상황이다. 학생을 키워내는 역할을 혼자서 감당하기 보다는 청소년단체가 학교와 지역에서 함께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청소년단체는 학교와 다시 협업할 것인가? 마을로 나가 협업할 것인가? 단체활동에서 배울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긍정적 면을 고려할 때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다. 이를 통해 최신식 2024년형 화랑도의 탄생을 기대해본다./김옥규 삼봉초등학교난지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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