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4년형 화랑도의 탄생 기대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2024년형 화랑도의 탄생 기대

김옥규 삼봉초등학교난지분교장 교사

  • 승인 2023-08-24 13:12
  • 신문게재 2023-08-25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증명사진(삼봉초난지분교장 김옥규)
김옥규 교사
초등교사인 나는 2023년 현재 전교생이 2명인 섬마을 분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본교 6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정해 10명씩 2회에 걸쳐 총 20명을 분교로 초대해 주말 2박 3일 캠핑을 했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텐트에서 자고, 음식도 직접 해 먹으며, 섬에서 느낄 수 있는 갯벌체험, 트레킹, 레크레이션, 공포체험 등을 선사했다. 코로나19로 3년 넘게 하지 못했던 정말 오랜만에 실시한 야영교육이었다.

힘든 일정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2박 3일간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갔을 것이다. 선생님 못지않게 훌륭한 역할을 해준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보인 학생도 적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선뜻 어울리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찾는 학생, 자발적으로 먹지 못하고 밥을 줘도 배가 안 고프다며 다섯 끼니를 굶다시피 하는 학생, 잔꾀를 부려 궂은일을 남에게 미루는 학생, 혼자만 튀는 개인행동을 기어코 하는 학생 등 부적응 행동을 보였다.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비대면이 익숙한 아이들이라 그럴까? 아니면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대라서 그럴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학생이 못나고 나빠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단체활동의 노하우를 배우지 못한 결과다.

이전의 학교교육과정 속에 녹아든 청소년단체 활동을 통해 선후배가 모여 야영을 하며 다년간 단체생활을 배우던 야영교육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은 다소 번잡하고 고생스러워 보이는 이런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멀리 해방 이후 힘든 시기부터 마을과 학교를 근간으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4-H회 등 다양한 청소년단체가 각각의 이념과 규율을 가지고, 나름의 체계로 청소년을 교육해왔다. 청소년들은 단체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성과 소통의 기술을 습득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을 익히며, 과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문제해결력과 리더십을 키우는 등 자기개발이 가능했다.

이제는 시대정신이 바뀌고 청소년단체 활동에 대한 가치충돌이 일어났다. 이미 수년간 학교에서는 청소년단체 활동을 하지 못하겠다는 피로감을 호소해왔고, 청소년단체 활동이 교사 본연의 업무인가의 논쟁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청소년단체 업무는 학교에서 기피 1순위 업무가 되어 젊은 저경력 교사, 특히 갓 군대를 전역하고 복직한 남교사의 에너지를 필요조건으로 해 업무가 맡겨지곤 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9년 2월,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업무정상화를 이유로 2019학년도 신학기부터 청소년단체 관련 업무를 단위학교 업무분장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충청남도의회에서는 2019년 4월 22일, '충청남도교육청 청소년단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고, 청소년단체 활동을 통해 심신을 수련함으로써 지도력, 사회성, 창의력을 계발하고, 조화롭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청소년단체를 육성코자 했다. 하지만 2020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정책사업들을 검토하여 폐지, 축소, 통합한다고 밝히며, 학교청소년단체 사업을 폐지·일몰시켰다.

마을과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던 청소년단체 활동이 학교에서 사라지는 시대상황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장기화로 그나마 학교에 남아있던 청소년단체 마저도 대가 끊긴 상황이다. 학생을 키워내는 역할을 혼자서 감당하기 보다는 청소년단체가 학교와 지역에서 함께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청소년단체는 학교와 다시 협업할 것인가? 마을로 나가 협업할 것인가? 단체활동에서 배울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긍정적 면을 고려할 때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다. 이를 통해 최신식 2024년형 화랑도의 탄생을 기대해본다./김옥규 삼봉초등학교난지분교장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번주 대전 벚꽃 본격 개화…벚꽃 명소는?
  2. [속보] 4·2재보선 충남도의원 당진 제2선거구 국힘 이해선 후보 당선
  3. '미니 지선' 4·2 재·보궐, 탄핵정국 충청 바닥민심 '가늠자'
  4. [속보] 4·2재보선 대전시의원 민주당 방진영 당선…득표율 47.17%
  5. 세종시 문화관광재단-홍익대 맞손...10대 관광코스 만든다
  1. [사설] 학교 '교실 CCTV 설치법' 신중해야
  2. 대전 중1 온라인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재시험 "정상 종료"… 2주 전 오류 원인은 미궁
  3. [사설] 광역형 비자 운영, 더 나은 방안도 찾길
  4. 세종대왕 포토존, 세종시의 정체성을 담다
  5.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헤드라인 뉴스


‘파면 vs 복귀’ 尹의 운명은… 헌재 4일 탄핵심판 선고 디데이

‘파면 vs 복귀’ 尹의 운명은… 헌재 4일 탄핵심판 선고 디데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4일 오전 11시 내려진다. 앞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른 핵심은 법률을 위반하더라도 위반의 중대성, 즉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위법행위 판단 여부였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 모두 ‘헌재 결정 수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 철저한 보안 속 선고 준비=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서..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며 비행을 저지를 때 인공지능(AI)이 부모님을 대신해 "하지 말라"고 훈계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대전 대덕구 중리동의 쌍청근린공원 일대에는 어른 대신 청소년들의 일탈과 비행을 막는 스마트 AI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영상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AI가 담배를 피우는 동작과 술병 형태, 음주하는 행위를 감지해 그만할 때까지 경고 음성을 내뱉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자치경찰위원회가 과학기술업..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가 16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이후 같은 분기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충청권 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17곳으로 집계됐다. 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16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4년 1분기(134건)보다 약 12%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5년간 1분기 폐업 신고 건수는 ▲2024년 13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