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이응노미술관의 신 수장고동 전시장인 'M2 프로젝트 룸'을 채우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전시하는 박용화(5월), 양승원(6월), 양태훈(7월), 김들림(8월), 김영진(9월), 김채원(9월) 등 6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여섯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김들림 작가 모습 |
"예술가의 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환산될까." 김들림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런 고민은 그의 테피스트리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작품 '소진'은 그가 무엇을 위해 노동을 하고 어떤 걸로 보상을 받는가란 물음을 계속 던지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줄을 수직과 수평으로 엮으며 만드는 공예 작업인 테피스트리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오랜 시간과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 테피스트리 작업물을 스크린 삼아 작가는 프랑스 유학 시절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졌던 당시 자신의 일상이 담긴 114개의 영상을 빔 프로젝트로 쏴 보여준다.
영상에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작가는 집에서 쉬지 않고 테피스트리를 짠다. TV를 보면서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는 TV를 볼 때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테피스트리 짜기는 유용한 노동인가, 무용한 노동인가. 예술적 노동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환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소진'이 전시돼 있는 전시장 풍경 (사진=이응노미술관) |
그렇다고 김 작가가 테피스트리 작업만 하지 않는다. 설치미술, 퍼포먼스, 사진 작업 등을 다양하게 하는 현대 미술가다.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10년 동안 한 작가는 총 9번의 이사를 했다. '압축' 시리즈에는 이사할 때 작가가 차마 버리지 못한 성경책, 미술 재료, 레퍼런스 북 등 일상 물건들이 랩으로 감싸져 있다. 그렇다고 랩핑 작업이 단순히 그가 가진 물건에 대한 소유욕 때문만은 아니다. 물건에 담긴 추억까지 두고 갈 수 없어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품 '김씨네 정물_압축 시리즈' 모습 (사진=이응노미술관) |
작품 '콘크리트 정원' 전시 모습 (사진=이응노미술관) |
전시장 맨 끝에 있는 양동이 안에는 오정희 소설가의 책 '새'의 여러 페이지가 물속에 잠겨 있다. 작가는 물을 떠올렸을 때 '잠긴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잠긴다는 표현은 수영할 때 몸이 잠길 때뿐 아니라 '생각에 잠긴다'라고도 쓰인다.
작품 '콘크리트 정원'에 전시된 양동이 (사진=이응노미술관) |
마지막으로 그는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헤엄치기'로 정의했다. 김들림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방법을 생각하고 생업과 예술적 노동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면서 살고 있다"며 "그래서 '헤엄치기'라는 태도를 저에게 만들었다. 수영과 같이 전진하지만, 빨리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목적 없이 유영하는 것도 아닌 적당히 방향은 있지만,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들림 작가의 전시는 8월 29일까지 이응노미술관 신 수장고동 전시장 'M2 프로젝트 룸'에서 열린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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