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의 기부문화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대전의 기부문화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 승인 2023-08-23 10:27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0823094907
김병곤 지도위원
국어사전에서 기부(寄附)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부문화는 사회적 공공이익을 추구하고 약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부문화는 전 세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실현되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더 큰 영향력이 발휘돼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부를 말할 때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빼놓을 수 없다. 또 워런버핏, 안젤리나졸리 등 분야별 불문하고 세계적 유명인들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에도 셀 수없이 많지만, 범위를 좁혀 대전, 그것도 대전의 문화예술 분야에 기부문화를 꽃피운 인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대전의 기부문화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 중심에 연정 임윤수 선생과 평송 이남용 선생, 정심화 여사, 그리고 도심 속 시민들의 쉼과 문화공간을 만들어낸 고(故) 유림(裕林)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등이 있다.

연정 임윤수 선생은 "국악은 꾸준히 지키고 가꾸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고유한 전통음악이요. 나아가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그 정체성의 근본이 되게 하는 무형의 문화유산"이라는 신념으로 60평생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국악 고서적과 기록물, 고악보, 고악기, 고음반 2만여 점을 대전시에 기증했고, 이는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설립의 근간이 되었다. 선생의 고집스러운 국악사랑 운동은 당시 문화 낙후지였던 대전에 '국악의 도시'라는 별칭을 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평송 이남용 선생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집중했다. 건강한 심신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할 공간 조성을 결심했다. 충남 슈퍼체인 주식회사 등 유통업으로 모은 30억 원을 대전시에 기부했고, 1997년 6월 21일 대전평송청소년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충남대학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은 이복순 여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정심화'라는 그의 법명을 그대로 새겨넣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정심화 할머니'는 한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 50억 원을 학교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1990년 충남대에 기증했고, 2000년에 국제문화회관이 완공됐다. 백마홀과 대덕홀을 중심으로 각종 공연행사는 물론 학술발표와 세미나 등 대전시민들의 소중한 문화향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으로 '유림공원(裕林公園)'은 계룡건설 창업주인 유림 이인구 회장의 기부정신으로 탄생한 힐링 명소다. 그는 생전에 "40년 전 지역 꼴찌 기업을 1조 원이 넘는 대표 향토기업으로 키워준 고향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며 유림공원 조성 계기를 밝혔다.

유림공원은 이인구 명예회장의 희수(喜壽, 77세) 기념 사회환원사업의 일환으로 100억 원을 투입해 2년 간 공사 기간을 거친 후 2009년 6월 28일 개장했다. 대전시는 그의 아호인 '유림'을 따서 공원 이름을 '유림공원'이라 했다.

이인구 회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부하면서 사는 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기부로 얻는 것이 더 많으니 오히려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며 기부의 깊은 의미를 밝힌 바 있다. 그렇게 탄생한 유림공원은 대전 시민들의 쉼터이자 전시 및 문화예술 공연을 향유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전의 국악발전과 시민들을 위한 국악 강습. 공연을 통한 전통음악 전승 기관인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청소년들의 성장프로그램을 활용한 문화의 요람 평송청소년문화센터, 그리고 대전의 문화예술과 학술적 발전을 위한 정심화국제문화센터,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유림공원까지. 이들이 실천한 '기부'는 물질과 이기주의가 만연한 지금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신문화의 요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지도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