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학에 대한 타산지석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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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대학에 대한 타산지석의 지혜

  • 승인 2023-08-22 16:48
  • 수정 2023-08-22 17:23
  • 신문게재 2023-08-2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오용준
오용준 한밭대 총장
우리 대학의 현재를 진단하는 일환으로 일본내 전문가로부터 전환기에 있는 최근 일본의 고등교육 현황을 들은 바가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감소하며 2022년도에 합계출산율이 1.26으로 낮아졌다. 일본의 교육정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앙교육심의회(Central Council for Education)는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숫자가 2022년의 62만명에서 2050년에는 49만명으로 약 13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경우 현재의 대학 정원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0% 정도의 정원이 미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덜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원 미달은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도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사립대학이 47.5%를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국립대학이다. 우리나라는 85%가 사립대학이며, 나머지 15% 정도가 국립대학으로서 일본이 우리보다 국립대의 비중이 높다. 한편 일본의 대졸자의 취업률은 현재 97.3%로 붐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의 인구감소를 감안할 때 강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대졸자의 졸업 후 1년내 평균 취업률은 67% 정도 수준으로 수치상으로 일본에 비해 낮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취업률을 계산하는 방식이 양국 간에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있지만, 이러한 큰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아 보인다. 최근 일본 IT기업 두 곳이 필자의 대학을 방문해 협력 협정을 맺은 적도 있어 일본내 구인난이 꽤 있는 것을 체감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일본의 중앙교육심의회는 2018년에 '2040년 고등교육에 대한 광대한 설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교육연구 체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다양성'과 '유연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학생 모집을 18세에 입학하는 자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에서 일반 사회인과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든지, 교수진의 구성을 다양화할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성과 유연성을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각 대학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특히 지역의 대학들과 지자체, 기업이 함께 하는 지역제휴 플랫폼을 구성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과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다.

지역의 여러 대학 간에 연합하는 활동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방안으로 대학간 파트너십 및 합병을 통해 대학의 '강점'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수의 대학을 아우르는 국립대학법인 설립을 지원하고, 사립대학간의 제휴와 합병 방안과, 대학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법인체의 설립 방안도 담고 있다. 나고야대학과 기푸대학이 이미 2004년에 국립대학법인으로 '도카이 국립대학기구'를 설립한 바 있는데, 2024년에는 도쿄기술대학과 도쿄 의과치과대학이 합병해 도쿄과학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일한 지역내 연합의 예로 2019년에 야마나시 국립대학과 현립대학이 '야마나시대학연합'을 구성하였고, 2021년에는 야마구치대학을 비롯한 4개 대학이 '야마구치 연합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는데 문부과학성이 특히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형태의 구조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 또는 향후 어떻게 평가될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에서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로서 OECD 회원국 중에서 제일 낮다. 일본이 1.26인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국가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보다 앞선 정책들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과 달리 인구감소와 함께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깊은 우려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다. 우리 정부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조하는 라이즈(RISE) 체계라든지 글로컬대학30사업 등을 통한 담대한 대학혁신을 추진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강한 책임감의 일환일 것이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배출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수원지와 같은 곳이다. 20년 뒤를 예측하고 대학이 준비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우리의 자녀세대가 안게 될 것이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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