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이 충남으로 옮겼지만, 충남을 관할하는 공공기관 본부·지사는 여전히 대전에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충남도민에게 돌아간다. 원활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재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 충남에 없으면 행정서비스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공공기관이 현재 31곳에 달한다.
도민들이 힘든 이유를 보면, '거리'다. 공공기관 업무를 보려면 대전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서해안권으로 보면 편도 2시간을 가야 공공기관 업무를 볼 수 있다. 왕복으로는 4시간이다. 여기에 현대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더욱이나 불편하다. 은행 업무만 하더라도 현장을 찾는 어르신들이 직접 대전까지 가야한다는 것만 생각해도 안타깝다.
이뿐 아니라 도정 연계 사업 시행 시 관리청 이원화에 따른 정책 소외도 우려된다. 업무 관할권이 다르면, 충남의 정책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워서다. 지역의 특색에 맞춘 정책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이 피해 역시 도민이 떠안게 된다.
공공기관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기관으로, 꼭 필요한 공공재와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충남 관할 공공기관은 충남도민이 불편하지 않게 삶과 질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 단위 조직을 분리해 충남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다행히 첫 물꼬는 텄다. 31곳 중 한 곳인 대전 소재 도로교통공단과 충남도가 충남도민 교통 안전과 편의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다. 이에 따라 공단은 대전에 위치한 대전세종충남지부에서 충남을 분리해 별도 조직을 내포신도시에 설치한다. 첫 물꼬를 시작으로 '속도감'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는 31곳 공공기관 본사를 직접 돌며 당위성을 어필하고 있다. 현재 절반을 돌았다고 하니, 서둘러 마무리 짓고 다음 플랜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다른 지자체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접근성 문제의 경우 비단 충남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북은 대구와, 전남은 광주와 공공기관 분리에 대한 상황이 비슷하다. 이에 따라 도는 3개 도가 실무협의회를 통해 방향을 모색하는 등 발전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제자리'란 표현이 본래 있던 자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뜻하기도 한다. 대전에 있는 충남 관할 공공기관의 제자리는 충남이다. 충남도민이 소외 받지 않고, 마땅히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 것이 공공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이자 책무다.
조훈희 내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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