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청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을 줄이는 동시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필자도 그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29세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53%로 30~49세(39%), 50~64세(18%)보다 현저히 높다. 20대 대학생이 대상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젊었을 때 아침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면 쌀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기대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외식 가격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치솟는 등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져 청년의 식비 부담을 덜어줘야 할 명분까지 갖췄다.
하지만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가성비 높은 포퓰리즘의 남발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해 올해 한 끼에 지원 규모를 1000원에서 내년에 2000원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재정부담을 줄여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데 있다. 정부 지원 단가가 두 배로 증가하면 그만큼 대학이 부담하는 금액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재정부담에 쉽사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지방대학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게 하려는 의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여파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대학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방대학에서는 이미 시작한 사업을 다시 중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입학 인원이 줄어들어 등록금 수입도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으니 정부의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구동성으로 호소한다. 비록 여러 식품업체가 사업 취지에 공감해 식재료 등에 대해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대학부터 확실하게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도구로 무분별하게 이용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사업만 하더라도 규모가 7억 7800만 원에서 23억 4000만 원으로 세 배 늘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던 중에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게 돼 사업이 빠르게 확대된 측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권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좀 더 앞장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보다도 최근 급격히 늘어난 20대 무당층을 잡기 위해서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사업에 달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20대가 1년 사이에 27%에서 57%로 급증했다는 어느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빅 이슈보다 들어가는 예산이 매우 적은 편이라, '정치권에서 적은 돈으로 크게 생색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정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생에게 저가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이 빈곤 노인층이나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는 것보다 시급한 우선순위에 있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차상위계층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46%로 세계 최고수준이며 노인 자살률도 세계 최고다. 독거노인 중 70%가 빈곤층이란 조사결과도 있다. 우리 지역의 홀몸 어르신을 찾아뵙다 보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분들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노인 복지와의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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