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모티브가 된 그레고리오 푸엔테는 104살까지 살다가 2002년 세상을 떠났다. 헤밍웨이보다 2살 연상이지만 61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보다 훨씬 장수했다. 그의 회고록에 의하면, 정확히는 53일 동안 아무것도 못 잡다, 큼직한 물고기를 잡아 오던 길에 상어들을 만나 모두 잃고 돌아온 이야기를 헤밍웨이에게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한다. 그런데 이 간단히 들려준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거치게 되자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것이다.
어부인 본인에겐 이런 일은 많아서 뭐 큰 이야기거리도 아닌 일상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인데 그걸 듣던 헤밍웨이가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며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으니 허락해달라, 충분한 보상은 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즉시 "돈 같은 건 상관없고 지금 식사와 술만 사주면 허락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식사와 술을 대접받고 허락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대박을 치면서 유명해지자, 헤밍웨이가 나중에 찾아와 자신의 성의라면서 2만 달러를 억지로 주었다고 한다.
1950년대 기준으로 미국인 일반 노동자의 7년치 급여, 자동차 12대, 혹은 번듯한 집 2채에 해당하는 거금이었으며 쿠바 물가로 치자면 더더욱 엄청난 거금이었다. 이 제의를 들은 푸엔테는 "아니, 이전에 밥과 술만 사주면 허락한다고 했잖소? 됐으니 가져가시오!" 라고 질색하면서 돌려주려고 했지만 헤밍웨이가 "이 돈은 성의다. 나는 이미 이 소설로만 그 몇십 배를 벌었기에 푼돈 같은 것이니, 이제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 내뺐다고 한다.
사람은 누굴 만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바뀌게 된다고 한다.
중국 고사에 '쇠파리가 천리마 꼬리에 붙어있으면 천 리를 간다'라는 말이 있다. 천리마 꼬리에 붙었기 때문에 쇠파리는 힘들지 않고 천 리를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 자란 소나무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대목을 만나면 대궐의 기둥이 되지만, 소목을 만나면 오두막집이나 축사의 기둥이 되는 것이다. 종이도 향을 싼 종이는 향내가 나지만 생선을 싼 종이는 생선 비린내만 나는 것이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함께하는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영광과 기쁨 속에 행복한 삶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만의 인생길을 걷다가 생을 마치게 된다.
1991년 가을 연이은 태풍으로 일본 아오모리현(靑森縣)의 사과가 90% 정도 떨어졌다 한다. 애써 재배한 사과 90% 정도를 팔 수 없게 되자 사과를 재배한 농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한다. 하지만 그때 희망을 바라며 사는 어느 농부는 떨어지지 않은 나머지 10%의 사과를 보게 되었고, 이 사과를 판매할 때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10배나 비싸게 판매했다 한다.
이 농부는 희망적인 생각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 생각이 수험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그는 태풍으로 땅바닥에 떨어진 90%의 사과를 의식하지 않고,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희망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2년 10개월 전, 5년 동안 치매 앓던 사랑하는 아내를 하나님 품으로 떠나보내는 슬픔을 당했다. 그래서 갈마아파트 '우마장'이나 '한마음 동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호소했고, 외로움을 하소연 했다.
그래서 내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해 주는 분들이 여러분 계시다. 그러나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해결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안부 전화해주는 아들과 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아들과 딸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아도 그렇게 고마운 줄을 모르고 지냈다.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었고, 외롭다는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게 되니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함께하는 많은 아들 딸과 형제 자매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외로움에 앞서 감사해야 하는 이웃들인 것이다.
세상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불평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사는 게 행복인 것이다.
오늘도 날이 밝아온다.
조금 있으면 아들과 딸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고,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로부터 '한마음 동산'에서 만나자는 카톡 문자가 날아올 것이다.
행복한 하루가 밝아오는 것이다. 외로움이나 우울함이 어디 있으랴!
달려가 만나면 되는 것을.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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