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보어아웃(boreout) 증후군과 모두가 열심히 사는 사회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보어아웃(boreout) 증후군과 모두가 열심히 사는 사회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 승인 2023-08-20 12:41
  • 신문게재 2023-08-2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김형찬_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무기력증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직장인이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기도 하며 이와 관련해 수년 전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해 장안의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에 반해 '번아웃 증후군'의 반대 의미가 '보어아웃(boreout) 증후군'이다. '보어아웃'은 '번아웃'과는 반대로 직장인들이 업무에서 비롯된 의욕상실이나 무기력증 등을 말하며 이 용어는 2007년에 스위스의 경영 컨설턴트인 페터 베르더(Peter Werder)와 필리프 로틀린(Phillippe Rothlin)이 공저한 저서에서 처음 제시한 경영학의 신조어이자 이론으로서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보기보다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지루함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바쁜척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회인 것 같지만 실상은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보어아웃 증후군에서 제기하는 문제 제기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는 번아웃 증후군 만큼 보어아웃 증후군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어아웃 증후군과 같은 선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론이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파레토(Pareto)가 처음 주장한 '파레토의 법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레토의 법칙은 20:80 이론이다. 즉 조직의 20%가 결과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론으로 실제로 백화점 등에서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는 목적도 사실은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20%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론은 경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가장 기본적 원칙으로 알려져 있지만 군집생활을 하는 개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론으로 파레토가 한번은 개미들을 연구했는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즉,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미들이 사실은 80%는 일하는 척 만 하고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열심히 일하는 20%의 개미들만을 따로 모아 관찰하니 놀랍게도 그 20% 중에서도 80%는 여전히 딴짓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것을 파레토는 '잉여의 법칙'이라고도 불렀는데 학교나 회사에서나 그 어디에서건 모두가 '열심히 사는 사회'는 없다는 말이 된다. 우리의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80%는 열심히 바쁜 척 일하는 그런 사회는 아닐까 생각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감시로 대응하는데 그 대응은 현재까지는 매우 효율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종업원들은 하루의 일을 빨리 끝내고 개인 시간을 가지거나 업무를 천천히 태업하면서 전혀 바쁠 것 없이 바쁜척하기만 하거나 일을 싸 들고 집에까지 가서 하지만 실상은 일에 치이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어아웃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충분한 휴식의 보장 ②팀원과의 진솔한 소통 ③일상적 업무의 의미 부여 ④새로운 책임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의 확장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노동시간이 증가한다고 업무의 효율성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엇보다 경영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평균 노동시간이 1716시간인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199시간 긴 1915시간으로 특히 여러 회원국 가운데 독일(연평균 노동시간 1349시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565시간이나 길었습니다. 무엇보다 긴 노동시간이 업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우리 사회와 경영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 김형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