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청사 전경 |
하지만, 그 취지는 '관습법'에 가로막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세종시의 위상을 가리고 있다.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명칭이다.
갖다 붙여도 정도껏 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자 정부에서 내세운 것이 '행정수도'라는 기능만 덧댔다.
몇 개 부처만 빼놓고 세종으로 옮겨온 만큼 기능 면에서는 행정수도답기도 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행정수도 세종을 인정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국회 세종의사당과 제2 대통령 집무실까지 여야 간 합의된 사항이지만, 실행은 미지근하다 못해 답답하다.
뭐니 뭐니해도 말보다는 실행이 우선돼야 믿을 수 있는데 지금에 와서야 각론을 따지는 게 그렇다. 총론은 인정하지만, 각론은 인정하지 못한다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 세종의사당이 꼭 그렇다. 정작 세종의사당의 규모 등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국회 규칙을 두고선 옴짝달싹도 하지 않다가 우여곡절 끝에 8월 23일 겨우 통과했다. 마치 시간만 지나면 끝이라는 주장을 펼치듯이 모르쇠로 일관해오다 마지못해 한 것 같아 개운치 않다. 애초 출발선에선 이구동성으로 필요성을 주장하며 여야 간 합의에 이르렀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속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행정수도 세종 완성은 말이 아닌 법으로 보장돼야 한다. 단순히 수식어로 따라붙는 것으로도 곤란하다. 이젠 명백히 헌법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다.
옛말에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이젠 더욱 줄기차게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생떼라도 써야 한다. 내로남불을 정치로 여기는 여야로부터 기댈 건 그다지 없을 듯하다. 국민 앞에서 철석같이 약속하고서도 나 몰라라 하는 정치권에는 그에 응당한 채찍질을 가해야 움직일 수 있다.
관습법으로 날아간 행정수도 지위는 법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개헌을 통한 헌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세종시법 전면개정으로 국가기관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세종시 전경(나성동 일대) |
정부 부처가 들어서 있는 어진동 일대 전경 |
세종시는 출범 이후 지난 10여 년간 행정수도 역할과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사진은 대평동 일대 모습. |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시를 '진짜 수도'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미래전략 도시'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의 말은 무겁다. 진짜 수도와 가짜 수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최민호 세종시장의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화두는 정치권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최 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차원에서라도 먼저 '행정수도 개헌을 위한 추진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간단명료하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라는 대의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특히, "현행 세종시법은 세종시 설치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담고 있을 뿐 행정수도로서 지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수도 건설의 법적 근거로 '세종시법' 전면 개정도 요구했다.
세종=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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