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노무사 |
여당 정책위의장 박대출 의원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월급보다 높다는 이상한 계산법에 근거하여 실업급여가 '시럽급여'가 되고 있다 주장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실업급여 신청하러 온 분들이 웃으며 방문한다.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기도 한다'며 고용보험기금 적자의 원인이 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시민들은 '실업급여 받으러갈 땐 거적때기를 두르고 통곡을 하여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고. '정당하게 보험료 납부하고 받은 실업급여인데 사용처에 대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하느냐?'며 고용노동부 담당자를 비판했다.
달콤한 '시럽급여', 정말로 실업급여가 일하며 받는 월급 보다 많을까?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로 산정하며, 해당 금액이 최저임금의 80%를 하회하면 최저임금의 80%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근무 중 최저임금을 지급받은 노동자도 실업급여로는 자신의 급여의 80%까지는 보장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최저임금의 80%가 어떻게 최저임금 보다 많을 수 있을까? 정부가 실업급여와 비교한 실업 전 임금은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제외한 실수령액이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직장을 상실하면 지역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하여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서 실업급여는 수급자가 부담하는 지역 보험료를 계산하지 않고, 실직 전 급여는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공제한 실지급액을 비교한 까닭이다.
결국 실업급여 수급자 중 27.8%에 달한다는 '시럽급여' 수급자들 때문에 실업급여액 하한선을 폐지하거나 낮추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정부가 인용하고 있는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 실업급여 지급기간(최대270일)이 독일(24개월), 스위스(520일), 일본(360일)에 비하여 짧아 이를 늘리고, OECD 평균 실업급여 소득대체율 평균 53%에 한참 미달하는 우리나라 소득대체율 수준(31%)을 높이기 위해 실업급여 상한선을 높이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3조9천억에 달하는 고용보험기금 적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연히도 2019년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폭증한 실업자와 중소사업자에게 쏟아 부은 정부의 고용안정자금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에도 고용을 줄이지 않은 중소사업주라면 매월 고용근로자 1인당 10~20만원씩 지급했던 일자리안정자금을 기억할 것이다. 2018년 10조에 다다랐던 고용보험기금이 코로나를 거치며 급속도로 고갈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하기 어렵다.
이제 코로나19가 극복되었으나 본격적인 경제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의 방안은 경제회복에 따른 실업률 감소, 고용보험 가입범위 확장을 통한 가입율 재고 또는 재정 건전성에 맞춘 고용보험료 조정(아직 고용보험료는 타 사회보험에 비해 보험요율이 낮아 인상에 따른 부담이 적은 편이다.)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훈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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