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시럽급여'라는 이상한 셈법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시럽급여'라는 이상한 셈법

이훈 노무사

  • 승인 2023-08-17 14:15
  • 신문게재 2023-08-18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훈 노무사(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
지난달 12일 국민의힘이 고용노동부 실무자를 초청하여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나온 '시럽급여'와 '샤넬 선글라스' 발언이 연일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사실상 3조9천억원 적자인 가운데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했다는 이번 공청회는 여당과 정부가 가진 실업자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만을 확인해준 채, 실업자들에게 상처와 공분만을 안겨주었다.

여당 정책위의장 박대출 의원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월급보다 높다는 이상한 계산법에 근거하여 실업급여가 '시럽급여'가 되고 있다 주장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실업급여 신청하러 온 분들이 웃으며 방문한다.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기도 한다'며 고용보험기금 적자의 원인이 실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시민들은 '실업급여 받으러갈 땐 거적때기를 두르고 통곡을 하여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고. '정당하게 보험료 납부하고 받은 실업급여인데 사용처에 대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하느냐?'며 고용노동부 담당자를 비판했다.

달콤한 '시럽급여', 정말로 실업급여가 일하며 받는 월급 보다 많을까?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로 산정하며, 해당 금액이 최저임금의 80%를 하회하면 최저임금의 80%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근무 중 최저임금을 지급받은 노동자도 실업급여로는 자신의 급여의 80%까지는 보장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최저임금의 80%가 어떻게 최저임금 보다 많을 수 있을까? 정부가 실업급여와 비교한 실업 전 임금은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제외한 실수령액이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직장을 상실하면 지역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하여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서 실업급여는 수급자가 부담하는 지역 보험료를 계산하지 않고, 실직 전 급여는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공제한 실지급액을 비교한 까닭이다.

결국 실업급여 수급자 중 27.8%에 달한다는 '시럽급여' 수급자들 때문에 실업급여액 하한선을 폐지하거나 낮추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정부가 인용하고 있는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 실업급여 지급기간(최대270일)이 독일(24개월), 스위스(520일), 일본(360일)에 비하여 짧아 이를 늘리고, OECD 평균 실업급여 소득대체율 평균 53%에 한참 미달하는 우리나라 소득대체율 수준(31%)을 높이기 위해 실업급여 상한선을 높이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3조9천억에 달하는 고용보험기금 적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연히도 2019년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폭증한 실업자와 중소사업자에게 쏟아 부은 정부의 고용안정자금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에도 고용을 줄이지 않은 중소사업주라면 매월 고용근로자 1인당 10~20만원씩 지급했던 일자리안정자금을 기억할 것이다. 2018년 10조에 다다랐던 고용보험기금이 코로나를 거치며 급속도로 고갈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하기 어렵다.

이제 코로나19가 극복되었으나 본격적인 경제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의 방안은 경제회복에 따른 실업률 감소, 고용보험 가입범위 확장을 통한 가입율 재고 또는 재정 건전성에 맞춘 고용보험료 조정(아직 고용보험료는 타 사회보험에 비해 보험요율이 낮아 인상에 따른 부담이 적은 편이다.)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훈 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