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왼쪽) 충남지사와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이 10일 도청 상황실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충남지사 분리 및 독립 추진 공공기관 목록. 충남도 제공. |
공공기관은 국민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조직편제 또한 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충남 관할 공공기관이면, 도 단위 조직을 분리해 충남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첫 물꼬는 텄다. 31곳 중 한 곳인 대전 소재 도로교통공단 충남지부가 내포신도시에 들어서기로 하면서다. 8월 10일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도로교통공단이 충남에 별도의 지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충남도민 교통 안전과 편의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은 대전에 위치한 대전세종충남지부에서 충남을 분리해 별도 조직을 내포신도시에 설치한다. 충남도는 도로교통공단 충남지부 설치를 위한 국비 확보에 적극 나서고 행정 지원도 한다. 도로교통공단 충남지부 설치는 2020년 충남 내포가 혁신도시로 지정된 이후 정부 공공기관이 둥지를 트는 첫 사례가 됐다.
▲분리 노력 위한 충남도의 의지= 충남도는 이번 공공기관 본부·지사 분리에 대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서한문을 31곳 기관에 보내면서 맨 앞에서 목소리를 냈다. 김 지사는 서한문에서 "행정 관할 구역 불일치는 공공 서비스 대응성을 약화시키고 업무 혼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220만 충남도민들에게 과도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지방자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자 충남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관철 시까지 220만 충남도민은 모든 역량을 결집해 해당 기관과 정부, 관계 부처에 대한 항의와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김기영 행정부지사와 전형식 정무부지사 등 양 부지사는 기관을 직접 방문하면서 본부·지사 분리 당위성을 호소하고 있다. 전 부지사의 경우 한국은행, 한국소방안전원, 금융감독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충남 분리 설치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양 부지사들은 절반 이상의 공공기관을 방문했다. 남은 기관 방문도 하반기 안엔 마무리 할 계획이란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도는 TF를 꾸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엔 타 시도와 실무협의회를 통해 발전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현재 경북(대구), 전남(광주)의 경우도 충남(대전)과 비슷한 형태인 만큼, 3개 도가 실무협의회를 통해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가 6월 30일 한국소방안전원 본사에서 우재봉 원장에게 충남본부 설치, 나아가 본원 이전까지 제안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충남 혁신도시 지정 이후 수도권 2차 공공기관 유치는 꾸준히 미뤄졌다. 애초 2023년 상반기에 로드맵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임차 기관이 속속 이전될 것이란 정부 발표에 충남도민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지는 게 공식화되면서 피로도도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연기는 정부 관계자들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혔다. 또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전 연기를 못 박았다. 우 위원장은 "총선 전에 바람을 타서 너무 (지자체 간의) 갈등 구조로 가면 합리적인 결정을 못 한다. 여야 모두 이건 피하려 한다"며 "선거 전에 화약고를 건드리기보단 준비를 철저히 한 뒤 이전하는 게 낫겠다고 국토교통부와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유치 희망 지역 간 소모적 경쟁이 장기화될 우려가 나오는 것은 물론, 충남도에서도 대응에 대한 맞춤 전략을 마련하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에선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거나 가만히 있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도는 충남도에선 내년 상반기 총선 이후 발표에 맞춰 전략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또 이후 이전에 대한 준비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내포신도시 전경. |
충남 특화 기능군 중 탄소중립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해 있고, 지난해 탄소중립경제 특별도를 선포한 점을 감안해 추렸다. 대상 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해양환경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환경보전협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항공안전기술원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에너지재단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등 10개 기관으로, 총 종사자 수는 1300여 명이다. 이밖에 문화체육 기능군은 7개 기관, 중소벤처 기능군은 4개 기관 등이다.
다만, 2024년까지 연기된 만큼, 드래프트제, 탄소중립 기능군 등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략도 마련한다.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드래프트제의 당위성을 보강하고,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충남이 왜 탄소중립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논리가 부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도는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관련 기관을 잇따라 방문해 협조를 구하고 있고, 이미 지휘부와 중앙부처에서도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도, 공공기관 본부·지사 분리도 모두 당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보강해 유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내포신도시가 발전할 수 있고, 나아가 도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내포=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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