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이초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제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대전의 교사 피습사건, 그리고 왕의 DNA를 가졌다는 자기 자식을 위해 교사에게 벌인 교육사무관의 얼빠진 갑질 행위까지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방치했던 교사들의 교권 추락 현상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년간 교사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폭행당했다는 사례는 1천여건이 넘는다. 이로 인해 공립학교 교사 100여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통계치는 국민들에게 새삼 큰 충격을 남겼다. 교사들에 대한 폭력과 교권침해는 이제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동안 망국과 식민,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켜 선진국에 도달한 유일한 국가다. 그 성공의 원천은 무엇보다 교사들의 헌신적인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그리고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에서 비롯되었음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그렇게 한동안 자만 속에 빠져있는 사이 학교 교실은 붕괴 되어 교사들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실정에 이르게 됐다. 게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괴물이 되어버린 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비극을 맞고 있다.
뒤늦게 나선 정부와 정치권이 체벌을 허용하고 학생인권조레의 개정을 검토하는가 하면 8월 말까지 교육감 고발의무 법제화, 교육보호위원회의 실행력 담보 등을 포함한 교육부 고시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땜질식으로 마련한 단기대책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교육계의 상처는 깊고 중병의 원인은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교육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며 단·중·장기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치유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것도 교육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의 생각과 판단을 최대한 중시하여 조율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권, 학생들의 학습권 그리고 학부모들의 교육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과 인권의식을 개혁함과 동시에 관료 보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 교육자치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 제도로는 지방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현장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늑장 대처로 일관해 왔다. 현 교육자치제도가 개혁되지 않는 한 교사들의 피맺힌 절규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뿐이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교육감 직선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공공연한 정치의 개입,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갇힌 채 갈라치기 정치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이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교육감들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며 지방교육을 올바로 이끌 리더십 발휘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감 직선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요컨대, 교사들의 교권 회복은 이 시대 최대 교육개혁의 과제가 되었다. 선생님들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과 지역의 지적, 인성적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들의 인권과 교육권을 지켜주면서 아낌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줘야 할 것이다. 선생님,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하는 국민들이 곁에 있어요.
육동일/충남대 명예교수, 지역균형발전사업 평가단장
육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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