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
젊은 대전, 생기 있는 대전, 미래가 있는 대전은 '0시 축제'로 되는 게 아니다. 한 번의 이목집중은 되겠지만 갑자기 '노잼' 도시가 '유잼' 도시가 될 이유도 없다. 재미있는 도시는 다양한 사람이 몰려들고,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며, 그 안에서 창조의 풍토가 생겨날 때 가능하다.
서울 중심 수도권 일극의 지극한 집중을 비판하지만 보다 상책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이 그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사실 대한민국에 대전만큼 경쟁력 있는 지역이 있을까? 대전역에 서면 늘 드는 생각이다. 전국 주요 지역을 1시간 남짓이면 거의 닿을 수 있는 지역, 대전역에서 지하철로 10여 분 가면 정부청사가 있다. 갑천을 끼고 있는 둔산은 대전에서도 중심이지만 엑스포과학공원, 신세계백화점과 국립중앙과학관을 끼고 바로 위 KAIST와 연구개발특구를 두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전거를 타고 갑천과 유등천을 누비는 사람들. 이 정도면 대전은 정주여건과 혁신성, 교통접근성 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대전의 대학은 어떨까? 대전이 가진 입지 경쟁력에 비해 신통치는 않은 것 같다. KAIST라는 세계적 대학을 제외하면, 대전의 대학이란 지방의 여느 다른 대학과 별다른 경쟁력을 가진 데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입지와 도시경쟁력이면, 대전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을 법한데도 학령인구 급감시기 대학이 어려운 건 대전지역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립대 두 곳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대학이 국립대란 프리미엄을 내려놓으면 과연 경쟁력을 갖는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지 쉽게 찾아지질 않는다. 여느 도시처럼 대전도 아이들은 서울로 떠나고 있다. 청년이 모이지 않는 대전엔, 새로운 우연함의 창조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래서는 당연히 집중된 수도권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쯤해서 물어보자. 경쟁력 있는 도시, 대전에 미래가 있을까? 원래 혁신은 당연하다는 실패의식을 돌파할 때 나온다. 대학도 대전도 익숙한 방식을 깨치지 않으면, 지금처럼 조금씩 작아지는 역량축소 경향성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전이 관심을 둬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대학이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도시는 젊은 도시일 수밖에 없다. 이런 도시엔 중장년의 익숙함보다 새로움의 도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전에 가면 뭔가 있어"가 생길 수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대전 발전의 미래를 짐작케 해주는 바로미터다.
여기서 쓴 소리. RISE 체계라며 지방자치단체 보고 대학정책을 해 보라는데 관심은 그다지 큰 것 같지 않다. 전국에 대전만한 도시 중 대전만큼 대학에 관심이 없는 데가 또 있을까 싶다. 관심이 없으니 대학을 모르고, 대학과 상생하는 방법도 모른다. 대학정책이란 게 별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개별대학의 경쟁력이야 그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주여건을 개선할 방법, 교통여건을 개선할 방법, 산학연계의 애로를 해소해 줄 방법을 찾는 일이 대전이 할 일이다. 그 방법이란 책상 위 문서에 쓰인 답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대책이어야 할 것이다.
RISE 체계가 이제 시작이란 변명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원래 지방자치는 경쟁을 전제로 성립한 제도다. 시작이란 느긋함에 다른 지역에 따라잡히고 나면, 한번 떨어진 경쟁력을 뒤집기는 두 세배로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대전에 바란다. 대전에 미래를 본다면, 지금이라도 대학정책에 진지해져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도 만들고, 로드맵도 만들고, 사람도 키워야 한다. 대전시민의 진심을 담아 대전이 대학경쟁력이 높은 젊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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