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광복(光復)을 맞은 지 78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는 이 날을 이른바 광복절(光復節)이라고 하며, 국가적인 경축행사와 경축연(慶祝宴)을 병행하고 있다.
광복절(光復節)은 1949년 10월 1일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경일(國慶日)로 제정되었다. 이 날은 경축행사를 전국적으로 거행하는데 중앙경축식은 서울에서, 지방 경축행사는 각 시· 도 단위별로 거행한다. 광복절(光復節)은 3.1절, 제헌절(制憲節), 개천절(開天節), 한글날과 함께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이다.
이 날은 국경일의 의의를 고양하고자 전국의 모든 가정은 국기(太極旗)를 달아 경축하며, 정부는 이 날 각계 각층의 인사와 외교사절을 초청하여 경축연을 베푼다.
광복(光復)은 '잃었던 국권(國權)을 도로 찾음'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정(壓政)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大韓民國) 정부수립(政府樹立)을 경축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다.(동아 새 국어사전, 2001년)
원래 광복절(光復節)이란 용어는 영예(光)를 회복한(光復) 날(節)이란 뜻이며, 이는 1945년 8월 15일 수요일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광복을 맞아 한반도가 일제에게서 해방되어 주권을 되찾은 일을 기념하는 해방 및 정부수립 기념일이자 대한민국의 법정 공휴일이다.
광복의 '광(光)'을 흔히 '빛'으로 해석하여 '빛을 되찾은 날' 정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
이는 존중의 뜻을 담아 '영예롭게'라는 뜻을 지닌 부사어(한문식으로는 상어(狀語)로 해석해야 한다. 비슷한 용례로 영광(榮光)과 같은 단어가 존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따라서 광복이란 영예롭게 (무엇인가를) 회복(回復)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광복의 뜻은 여러 전거(典據)를 갖고 있다. <진서, 환온전> (晉書, 桓溫傳)에 광복구경(光復舊京)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옛 도읍을 회복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회복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구경'(舊京/ 옛 도읍)이지 '빛'이 아니다. '광'은 '회복하다'라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적 역할을 할 뿐이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 인터넷 광복의 의미 참조)
그런데 역사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깊은 의미와 영원히 기릴 이 소중한 정신을 기념하는 날에 지금의 대한민국 몇몇 사람들은 광복절의 근본적 의미나 그 정신을 잊어버리고 한갓 공휴일이나 대체휴일의 황금연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 아프게 한다.
국경일이 되어도 태극기(太極旗)를 달은 집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앉아서 TV를 통한 기념식조차도 정중하게 시청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듯하다.
우리는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위대한 영웅들이 수 없이 많다.
이른바 '임시정부요원', '독립군', '의사(義士)', '열사(烈士)', '지사(志士)', '투사(鬪士)'라고 불리어온 분들이 바로 값진 영웅들이다.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로 우리는 광복이라는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단 며칠만이라도 그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하는 참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여기에서 안중근 의사(安重根義士) 어머니의 편지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1910년 일제에 의해 사형이 언도되자, 안중근은 항소를 포기했다.
살아있는 존재들이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생명에 대한 본성을 저버리고 대의(大義)를 택한 데에는 장한 어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사형 언도 소식을 들은 안의사(安義士) 어머니는 남아있는 아들 정근과 공근 형제(안중근의 동생) 편을 통하여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편지를 옥중(獄中)으로 보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大義)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孝道)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사랑하는 자식이 살기를 그 누구보다도 더 간절히 바랐을 어머니! 대의를 위해 죽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듯한 인상을 두지 말고 죽어라. 그렇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고 이야기하는 이 강한 어머니.
이에 8.15 광복절은 미래로의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간되어야 한다.
자유대한민국과 민주주의, 자주와 주권국가의 소중한 가치 등, 위대한 역사적 유산을 잊지 않고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이제 한번쯤 이것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다시 다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미래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현재가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것이기에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새기는 소중한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이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다짐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광복의 역사를 다음세대에게 자랑스럽게 전달하여 자유와 번영의 민주주의 국가를 계승,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 모두는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고, 기념식을 보면서 조국 광복을 위해 희생하신 조국의 영웅 분들을 생각해보고 나 자신을 한번 쯤 돌아보는 숭고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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