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준 기자 |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처럼 취임과 함께 남 탓을 경계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가량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엔 여전히 남 탓을 전하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남 탓을 선도하는 곳은 단연 정부가 압도적이다. 그동안 굵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등장한 건 바로 '전 정권 탓'이었다. 전세 사기와 이태원 참사, 난방비 폭등 그리고 방만 운영과 미흡한 준비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2023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까지, 현 정부와 여당은 모두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떠넘겼다.
민선 8기 대전시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적어도 현장에서 매일 기사를 쓰는 기자 입장에서 가장 많이 듣고 적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전임 시정의 탓과 질책이었다.
2022년 마지막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 6개월은 전임 시장의 난맥상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고 지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 이장우 시장의 대전시는 출범 한 해가 흐르자 남 탓의 범위를 더 넓게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대전시가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반도체 분야에 떨어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책임자는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지 않은 정부 기조를 문제 삼았다. 실패 원인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전략 변화를 상세히 담은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책임자의 반응으로 그날 기사 마감까지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인지 남 탓은 사회 전 분야와 산업에 걸쳐 퍼지고 있다. 흉기난동 범죄자들은 본인들을 타락하게 만든 사회 구조를 탓하고 교권추락의 폐해에 대해 수많은 교사들은 자신들의 오랜 태만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언론도 여기서 자유로울 건 없다. 안일한 경영과 오만한 태도 속 오늘날 마주한 언론 산업의 재정 위기와 ‘기레기’라는 호칭 앞에서 모든 언론인은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억울해도 문제를 완성한 건 결국 본인이지 남이 만들어준 게 아니다.
남 탓을 하면 자신의 잘못은 덮어 버리고 논점을 흐려 논쟁거리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과정 속 당사자는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에 몰린 사람에게 남 탓은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전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책임 구분이 때로는 필요할 수도 있으나 과거를 곱씹으며 책임 전가만 일삼다 보면 결국 혼선이 생기고 문제 해결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근본적 원인 앞에 마주 설 수 있다. 남 탓이 제일 편하고 쉬운 방법이긴 해도 결코 정답은 아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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