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좋은 이웃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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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좋은 이웃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3-08-13 10: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저는 갈마아파트에서 20여 년 살다가 3년 전 아내가 하늘나라로 가는 바람에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갈마아파트 302동 7~8라인에는 좋은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처럼 살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두고 지금은 어느 빌라에서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가 치매를 앓는 5년동안 반찬은 물론 팥죽을 쑤어오시는 분도 계셨고, 각종 영양제도 끊어지지 않게 보내주는 분도 계셨습니다.

제가 미담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제 지인께서 보내주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68세의 한 택배기사가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을 하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택배 일을 함께하던 아내가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고 심장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택배기사의 아내는 택배를 기다렸을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00택배 기사입니다. 오늘 배송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하여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심장 수술 중입니다. 부득불 오늘 배송은 못하게 됐습니다. 조속히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일이 문자까지 다 보내는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해졌고, 이 소식을 알게 된 아파트 주민들은 단체 카톡방에 이 사실을 공유하고, 병원비 모금에 나섭니다. 이틀 만에 100세대가 넘게 모금에 참여하였고, 총 248만 원이 모였습니다. 주민은 작은 편지와 함께 이 돈을 전달하였고, 택배기사 부부는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며, 나이가 많아 택배 배송이 빠르지 않고 또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이렇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해 크게 감사했다는 내용입니다.

저도 며칠 전 위에 말한 택배기사처럼 심장이 나빠 을지대 병원 중환자실에 3일간 입원해 시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내가 없기에 저 혼자 응급실을 찾았던 것이지요. 늦은 시간이라 일반 내과로 가지 못하고 응급실로 가게 됐지요. 더구나 119에 실려 간 것이 아니라 제 발로 걸어갔습니다.

제 발로 걸어온 사람을 응급실에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 밖이더군요.

그래서 간호사(임윤아 간호사)를 붙들고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절차를 밟아 이곳 저곳을 검사 받게 됐던 것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심근경색 전문의 이규선 교수를 만나 살아나게 됐던 것입니다. 한 시간만 늦었어도 아내 곁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였다네요.

이때 가장 생각났던 이웃이 누구였던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내인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옛날 외다리에 애꾸눈인 난장이 임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임금은 어느 날 화가를 불러 자기 초상화를 그리게 했습니다.

첫 번째 화가는 왕을 배려해 두 다리에 두 눈을 뜬, 보통 키의 초상화를 그려 올렸다가 목을 베였는데, 거짓 초상화를 그렸다는 이유였다 합니다.

두 번째 화가는 이미 소문을 들은지라 사실대로 그렸다가 임금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하여 그도 목 베임을 당했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불려 온 화가는 왕이 말을 타고 총을 겨누며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 일등 공신이 되었다 합니다. 왜 그런가 보실까요?

다리 하나는 말의 반대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고, 총을 들고 목표물을 조준하니 자연스레 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였겠지요. 말을 타고 달리기에 몸을 자연히 앞으로 숙이게 되니 난장이도 정상인처럼 보이게 그렸던 것입니다.

이렇게 지혜란 남을 속임도 아니고, 남의 아픔을 정직히 표현하는 행위도 아닌, 자신이 살아남는 묘책인 것입니다.

이처럼 지혜란 이 세상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깨닫고, 그것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연주해 나갈 수 있는 우리 인간들의 지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혜는 통찰력, 올바른 판단력, 건전한 의사 결정,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포함되지요.

우리 갈마아파트 주민들은 좋은 일들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섬길 줄 아는 부녀회(회장: 최경화)도 있고, 우리 마을을 깨끗이 해주는 '갈마한마음봉사단(회장: 이덕일)도 있으며, 아파트 어르신들의 모임인 갈마아파트노인회(회장: 고주안)도 있고, 아파트 주민들의 소통과 친목을 위한 갈마아파트 주민협의회(회장:박한순)도 있습니다.

우리 갈마아파트 주민들은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택배기사의 아내와 그를 도운 아파트 주민들처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 많고, 두 번째 이야기 주인공처럼 이치를 제대로 파악할 줄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외롭지 않게 사는 이유는 이들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태풍이 불고 비바람 몰아쳐도 그래서 행복한 것입니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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