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아동학대와 교권침해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아동학대와 교권침해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 승인 2023-08-13 09:24
  • 수정 2023-08-13 10:0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62501001727900068431
송승엽 변호사
2023년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교내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고인이 숨지기 며칠 전 학부모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 평소에 과도한 업무에 노출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고인의 동료 교사들은 '부재 중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 왔다', '통화에서 학부모가 엄청 화를 냈다', '개인 휴대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굉장히 불안하다' 등 학부모 민원에 대해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증언하였다. 이외에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 상대적으로 기피되고 초임이 맡기에는 힘든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것 등이 고인의 사망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교권침해 사례 약 2000여개 중 '우리 애 아빠가 화났어요', '선생님이 어려서(잘 모르시나보네요)', '아동학대로 고소할 거에요', '우리 애 걔랑 안 놀게 해주세요', '아이 친구 만들어 주세요', '우리 아이 잘못되면 책임지실 거에요?', '선생님이 아이를 안 키워보셔서', '교장실에 전화할게요', '우리 아이는 혼내지 마세요', '우리 애만 차별 하시는 거 아닌가요?', 지인, 친척 등을 동원하여 교실 난입, 학부모 신세 한탄, 매일 전화 및 문자, 6시 이후 전화, 학부모끼리 싸우고 중재요구, 학습지도 관련 월권 조언들은 침해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항목 25가지에 해당한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하루 종일 녹음기를 틀어 놓습니다", "보디캠을 달고 싶은데 불법인가요?", "아이들이 주는 편지는 꼭 모아놓으세요" 등의 질문과 조언을 나눈다.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을 때 무고를 증명할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교원들은 지자체 조사 및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신고 받은 교사는 혼자서 조사 및 수사를 받으며 무고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원들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까지 직위해제, 수업배제, 담임박탈, 강제휴가 등의 조치를 받는 사례가 많다. 또한 '혐의없음' 처분을 받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등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현행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관할청은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입은 교원이 있으면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침해행위가 상해와 폭행의 죄·협박의 죄·명예에 관한 죄 같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하지만 고발하려면 우선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먼저 열리고 해당 결과가 관할청에 보고돼야 한다. 이후 관할청이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교권보호위원회 개최와 관할청의 고발 두 가지 모두 '피해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라는 단서가 있어 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교사가 어떻게 아이를 신고할 수가 있냐', '학생에 대해서 이해하고 감싸야지'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고, 학교에서 교원이 신고하면 다른 교원들이 이 교권 침해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에 같은 동료 교사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것이 된다. 때문에 동료 교사에게 민폐를 끼칠까 섣불리 신고하지 못하는 것이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고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 행위 처벌 기준은 강화돼왔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관계 공무원 및 교원 등의 신고 의무도 강화됐다. 교사, 어린이집 직원, 전담공무원, 아이돌보미 등은 아동학대를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당초(2014년)에는 이 법은 학대하는 부모를 처벌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아동학대처벌법이 악용되고 있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정상적인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아동학대 고소·고발 건의 상당수는 무혐의로 결정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요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수사 개시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은 1,252건이다. 이 중 53.9%인 676건이 경찰 종결·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21년 기준 전체 아동학대 수사 사례 중 경찰 종결 및 불기소 처분된 사례가 14.9%인 것을 감안하면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또한 아동학대 처벌법상 아동의 심리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정서적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에 학교 현장에서 훈육 및 생활지도와 정서학대의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모호하다.

게다가 아동학대처벌법 특성상 무고죄 성립도 어렵다. 아동학대는 의심 정황만으로도 신고나 고발이 가능하며 신고나 고발 내용의 허위성 및 악의성을 신고나 고발 행위 자체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교원을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고발자가 객관적으로 없었던 사실을 허위로 지어내서 신고 또는 고발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미국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두고 있다. 교사들을 위한 엄격한 원칙으로 학부모에게 교사 개인 연락처를 비공개하며, 각자 지정된 학교 이메일을 사용해야 한다. 학부모와 연락해야 할 땐 학교 전화로만 사용해야 하고 학부모의 민원 등이 있을 경우에는 학교의 상급자가 학부모를 응대한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는 교사 폭행 학생에 대하여는 즉각 정학 처분을 내리고 30일 이내 퇴학 결정 절차를 밟으며 교장이 지역 교육감에게 보고한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교사 폭행 학생에게는 퇴학명령 및 형사고소가 가능하며 텍사스 주에서는 교사 동의 없이 가해 학생은 교실 복귀가 불가하며 피해 교사에게는 최대 2년간 유급 휴직을 부여한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초등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악성 민원 및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개정안 발의도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법률 개정안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대한 교원 보호 등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기는 하나, 특히 아동학대 무고성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교권침해 사건 관련하여서는 변호사 선임료 등 교원들의 소송비 지원 등을 통해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교권보호와 지원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