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계속하여 방향을 바꾸더니 급기야 사상 초유로 한반도를 정중앙으로 하여 북상하던 8월 10일, 우리 국민들은 모두 노심초사가 되었다. 언제 어디를 때릴지 모르는 위력을 가진 태풍 '카눈'은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카눈'이 북상하며 발생시킨 장대비를 맞으며 목척교를 찾은 건 8월 10일 오후 3시쯤이었다. 목척교 일대는 8월 11일부터 시작되는 회심의 <대전 0시 축제> 행사 준비를 위해 대전역 앞에서부터 통제선을 만들고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잠시 후 목척교에 닿았다. 평소 시민들의 산책로까지 집어삼키며 흙탕물로 창궐하는 목척교 아래는 대전천이 요동치고 있었다. 들고 있던 비닐우산까지 '카눈'의 위력에 굴복하여 뒤집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었다.
하지만 목척교의 범람은 임계점까지 닿자면 아직도 멀었고 넉넉했다. 순간 대전은 대전천과 갑천, 유등천이라는 든든한 '3 효자'가 여전히 그 효심을 충분히 발휘하는 덕분에 홍수의 위기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었다.
순간 목척교는 족차족의(足且足矣)라는 생각에 흐뭇했다. 족차족의는 아주 흡족하고 넉넉하여 기준에 차고도 남음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예부터 치수(治水)는 정치의 근본이자 시작으로 인식되었다.
치수를 제대로 하는 정치는 대대로 칭송받았지만 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국가는 쇠락했다. 물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하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들어간 예산만 무려 1,171억 원이나 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폭염 속 간척지에서 열렸다. 그러나 부실한 샤워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문제부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또한 일종의 '치수'라고 느껴졌다.
즉 물관리의 미비라는 점에서 영국과 미국 등이 먼저 철수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로 인해 강한 태풍이 습격하면 순식간에 각종 피해가 다발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치수 정책에 있어선 가급적 '큰 그릇의 저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바로 4대강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은 총사업비 22조 원을 들여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외에도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어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그렇지만 당시 야당은 예산 낭비와 부실 공사 우려가 있다며 대대적인 반대에 나섰고, 정치적 논란은 계속됐다. 또한 우리의 어떤 고질적 정치 행태는 정부가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업이 아무리 긍정적이었다고 해도 함부로 사다리부터 걷어차는 '전임 정권 치적사업 지우기'에 골몰해 왔다고 과언이 아니다.
'4대강 사업' 덕에 이번에도 큰 호우 피해를 입지 않았음은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심판에 직면한다.
어쨌든 대전의 관문인 목척교에서 '족차족의'와 함께 여득만금(如得萬金, 많은 금을 얻은 것과 같이 흡족하게 여김)의 감흥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그동안 철저히 준비한 <대전 0시 축제>가 태풍 '카눈'의 소멸과 함께 대전이 가진 모든 역량을 꺼지지 않게 지속시키면서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도 잊을 수 없는 멋진 축제를 선물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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