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영화의 두 주인공 진숙(염정아 분)과 춘자(김혜수 분)가 한 명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한 명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 내려주고, 올려주는 모습입니다. 수중에서 롱숏으로 느리게 잡아낸 장면을 통해 우리는 원시적 우정을 봅니다. 비록 그녀들이 끌어올리는 것이 애초의 해산물이 아니라 밀수품일지라도 관객들은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타산과 원한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육지에서의 일. 바닷속에서 그들은 목숨으로 목숨을 지탱하고 격려합니다.
영화의 서사는 다소 헐겁습니다. 선주의 딸과 미모의 친구가 굳이 그 험악한 물일을 하는 것, 밀수품을 노리는 남정네들이 바닷속에서 그녀들을 없애려는 것이 그렇습니다. 지역 유지의 가족이 그런 일 할 이유가 없고, 물건 빼앗고 그녀들을 제거하는 것은 배 위로 올라온 뒤에도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총이 있고, 그녀들에게는 이렇다 할 무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닷속 액션을 통해 결국 승리하는 것은 해녀들이고, 패배하는 것은 그녀들에게 일을 주고, 협박하여 착취하려는 사내들입니다. 몸으로 일하는 이들이 말로 협박하고, 가로채는 자들을 이기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대체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몸으로 하는 이들이 맡고, 그들을 감시하거나, 언어적으로,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이들이 성과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다방 마담인 옥분입니다. 그녀는 말로 폭력으로 억압하고, 몸일 하는 이들을 감시하는 사내들을 상대로 물장사를 하며 레지에서 마담으로 성공한 여자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 자신들의 고객 겸 연인 겸 물주를 버리고 물질하는 해녀들 편을 선택합니다. 즉 원시적 우정의 일원이 됩니다. 류승완 감독은 오랜 영화 이력과 같이 이 작품에서도 살벌하고 잔혹한 액션 이면에 숨은 낭만적 순정을 다시 한 번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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