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도시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높이는 문화정책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도시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높이는 문화정책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3-08-09 10:44
  • 수정 2023-08-09 15:16
  • 신문게재 2023-08-10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0809085547
이희성 교수
대전시의 문화정책은 '일류경제도시 대전'이라는 시정 기조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대형 문화시설을 건립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환원주의적인 경제 도구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5월 대전시는 민선 8기 대표적인 문화정책으로 '문화시설 확충방안'을 발표하였다. 지역예술인을 위한 전시·공연시설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문화공간에 대한 행정절차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사업 설계를 추진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추진되는 사업을 살펴보면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공연장, 원로예술인 특화전시관, 제2대전문학관, 다목적전시관, 복합문화공간, 웹툰 콘텐츠 클러스터,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 등이다. 대전 중구 중촌근린공원에 조성되는 '제2시립미술관'과 '음악전용공연장'의 경우 추경안에 반영된 용역비가 확정되는 대로 관련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예산은 총 67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원도심에 4500억 원을 집중투자해 신·구 도심 간 문화격차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들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문화시설 건립 사업의 경우 대부분 지방비에 의존해야 한다. 지방재정의 한계와 문화예산의 범위에서 인프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 기초예술창작 등 예술진흥활동에 필요한 보조금 등은 상대적으로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사업비가 1조 4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데다 각종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문화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이야기하지만, 보여주기식 문화시설 건립에 불과하다. 왜 이 시점에서 수천억을 들여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문화인프라 건설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있다. 문화시설 확충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도심 등 특정 지역 힘 실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선거철이 되면 문화격차 해소는 지역 공약으로 부상하지만, 번번이 추진이 막혀 주민들에게는 희망 고문만을 주고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대전시의 문화정책은 여전히 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다. 시민과 지역문화예술인을 적극적인 문화 주체로 보지 않고, 단순 향유자와 공급자로 한정한 채 문화시설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타 지역에서도 일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행정성과주의로 문화시설 확충을 결정하다 보니 충분한 조사와 검토 없이 남발되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시설 중복이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운영·관리비용은 모두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리고 지역문화진흥정책에 가장 핵심적인 영역인 생활문화 및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의 비전과 방향성도 없다. 문화정책의 범위를 경쟁력과 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으로서만 한정하고 있다. 대규모 문화시설보다는 창의성과 예술성을 높이고 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생활권 단위의 문화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시설의 기능도 기존의 창작과 발표 및 유동 중심에서 지역주민과의 교류, 교육을 통한 시민의 문화적 역량 강화, 문화거버넌스의 현장으로 변화해가는 중이다. 단순히 문화시설이 많다고 좋은 도시로 평가받던 시대는 가고 없다.

대전시의 문화정책 역시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의식과 철학 그리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역문화 환경의 특징과 변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문화주체와 미래 지향적인 문화의 형성 방향, 마지막으로 문화를 통한 사회적 위기 대응 등의 전략이 문화정책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문화행정 시스템의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해온 하드웨어 중심의 문화인프라 확충과 경제적 도구화 전략으로는 도시의 창의성과 예술성은 결여되고, 다가오는 지역문화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