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대전에서는 11일부터 빅 이벤트가 열린다. ‘대전 0시 축제’다.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야외에서 일주일 동안 여는 행사다. 그동안 대전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축제가 없었던 만큼 이번 축제 개최를 두고 대전시의 각오가 남다르다. '노잼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동구와 중구 등 원도심 상권을 살리겠다는 포부로 탄생한 축제다. 축제 기간 대규모 퍼레이드에 K-POP 콘서트와 맥주·하이볼 파티, 길거리 공연 등이 열리고 대형 꿈돌이 조형물도 설치해 너도나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대전에서 열리는 대형축제라 기대도 크지만, 주변에서 개최 시기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0시 축제는 공연예술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가철에 즐길 수 있는 특색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시에서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거 같지만, 날씨가 복병이다. 영국의 에든버러는 8월에도 서늘한 기온이라 야외행사를 하기에 무리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이상기후로 폭염과 집중 호우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10일부터 북상하는 태풍 소식에 조마조마한데, 일단 시는 일정 변경 없이 예정대로 9일부터 행사를 위한 기초적인 구조물 설치 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날씨의 중요성은 최근 다녀온 행사에서 크게 느꼈다. 지난 주말, 공연도 보며 물총도 쏘는 ‘워터밤’ 축제가 목원대 종합운동장에서 열려 갔었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오후부터 갔지만 뜨거운 햇빛은 여전했다. 더위 탓에 금방 몸이 지쳤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고 싶었던 뮤지션을 보지 못한 채 중간에 나와버린 ‘웃픈’ 추억이 됐다. 그나마 이 축제는 워터파크처럼 공연 내내 시원한 물이 관객 쪽으로 분사돼 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8월은 만반의 준비를 해도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0시 축제는 오후 2시부터 개최하지만, 폭염에 대비해 주요 프로그램들은 오후 4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야외행사에 가기가 꺼려진다. 차라리 주말 동안 가까운 바닷가나 수영장, 호캉스를 다녀오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잼버리 행사처럼 온열 질환이나 식중독으로 불편한 기억이 생겨도 안 된다. 이 부분은 대전시에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지만, 이번 축제 개최 후 행사 시기는 한 번 더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은 한여름이라도 저녁부터 즐기는 축제로 만들어 숙박이나 야간 프로그램에 대한 보강이 이뤄졌으면 한다.
정바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