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경제부 기자 |
유학이나 해외여행을 갈 때 방문하는 곳은 정해져 있다. 독일에 간다고 하면,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유명한 대도시가 있다. 그래서인지 취재차 방문한 트라운슈타인엔 동양인은 거의 나 혼자뿐이었다. 동양인인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통역가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 통역가도 거의 대도시에 살고 소도시까지 오는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소문난 독일이지만, 트라운슈타인엔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다고 인종차별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방인인 나를 도와줘 따뜻한 추억을 남겨준 곳이다.
외국의 시골 마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캐나다 동부에 있는 섬 뉴펀들랜드의 소도시에도 가본 기억이 난다. 뉴펀들랜드주는 캐나다 사람도 잘 모르는 동네다. 한국인 이민자가 많은 캐나다에서 뉴펀들랜드에 이민해 사는 한국인은 한 명밖에 없을 정도다. 당시엔 외국까지 가서 왜 지루한 시골에 갔을까 하는 불평도 했지만, 소도시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나라의 문화를 더 잘 느낄 수 있었고 마을 공동체에도 잘 흡수될 수 있었다. 마을에 사는 어린아이들이 하는 뮤지컬을 봤고, 생선과 뽀뽀하고 마을 주민이 되는 의식도 치렀다. 당시 자주 갔던 피자 가게 직원은 아직도 내 생일이면 SNS에 축하 메시지를 남긴다.
트라운슈타인도 시민들이 모여 세계적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지역화폐를 만들 정도로 지역 공동체가 끈끈한 곳이다. 트라운슈타인의 킴가우어 지역화폐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20년 동안 유지되고 있으며, 지역 비영리단체 등에 후원하는 역할을 한다. 방금 인터뷰했던 지역화폐 대표를 지역화폐 가맹점인 식당에서 만나는 우연도 반가웠다. 이왕 해외에 가면, 유명 관광지나 대도시에 가는 게 낫지 않냐는 주변의 만류와 달리, 소도시에서 배울 점이 더 많았다.
그래서 여름 휴가를 아직도 가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여름 휴가 여행지로 소도시를 제안해본다. 해외여행에 갈 계획이라면, 더더욱 시골 마을을 추천한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만이라도 시간과 비용이 빠듯하다면, 근교라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상업화된 유명 관광지와 달리 소도시에서 진정한 그 나라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서울만 가보고 '한국을 다 가봤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듯이 말이다. '노잼'이라고 알려진 도시에서 오히려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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