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사유되고 있는 오계 |
예부터 검은 색 음식이나 약은 최고의 보약으로 뼈와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소변을 잘나오게 하고, 귀를 밝게 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고 정력을 강화시키며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검은 색을 가진 다섯 가지 가축 중에 흑우(黑牛), 흑돼지[黑豚], 흑염소(黑髥昭), 흑토끼[黑兎], 오골계(烏骨鷄)가 있다.
오골계(烏骨鷄)를 오계(烏鷄)라고도 하는데, 세계식량기구(FAO)에 연산오계(連山烏鷄)가 1980년 4월1일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되었다.
오계(烏鷄)가 언제부터 충남 논산군(論山郡) 연산면(連山面)에서 사육되었는지는 문헌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 중국의 고문헌(古文獻)을 보면 오골계(烏骨鷄)라는 이름보다 오계(烏鷄)가 더 오래 전에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신돈은 성품이 사냥개를 두려워하고 사냥을 싫어하면서도 방자하고 음란하여, 항상 오계(烏鷄)·백마(白馬)를 잡아먹어 양기(陽氣)를 보충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신돈을 늙은 여우의 정기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고려 시대부터 사육되고 있었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 받는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는 "愈風傳烏鷄, 秋卵方漫喫(유풍전오계 추난방만끽) 중풍을 낫게 하는 것은 오계라고 전하기에, 가을 계란을 한창 마음껏 먹고 있다네" 『두시상주(杜詩詳註)』 15권 [최종문수계책(催宗文樹鷄柵)]라고 중풍치료를 위해 오계의 계란을 먹었지만 고려의 요승(妖僧) 신돈(辛旽 ? ~ 1371년)은 정력제로 오계(烏鷄)와 백마(白馬)를 잡아먹었던 것이다.
고려 말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의 친구인 제정(霽亭) 이달충(李達衷1309~1385)이라는 문신이 있었다. 공민왕(恭愍王)15년(1366) '왕은 이달충이 명유(名儒)이므로 발탁하여 밀직제학(密直提學)에 임명하였다. 당시는 신돈(辛旽)이 막 국정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달충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신돈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이 하는 말이 공께서는 주색을 좋아하신다더군요"라고 하자, 신돈이 좋아하지 않았다. 이달충은 오래지 않아 파직되었다. 신돈이 죽음을 당할 때에 이르러 이달충(李達衷)은 칠언율시로 그를 비웃는 시를 지었다.
"威能假虎熊??(위능가호웅비섭)여우가 범의 위엄을 빌리니 곰들이 벌벌 떨었고,
媚或爲男婦女趨(미혹위남부녀추)여우가 남자로 변하여 호리니 여자들 줄줄 몰려들었지.
黃狗蒼鷹尤所惡(황구창응우소악)누런 개와 보라매 싫어하는 것은 마땅하나,
烏鷄白馬是何辜(오계백마시하고)오계와 백마는 무슨 죄란 말인가"라는 구절이었다.
『제정집(霽亭集)』 제4권에는 "신돈은 사냥개를 두려워하여 사냥을 싫어하였다. 그는 방종하고 음탕하여 늘 오계(烏鷄)와 백마를 잡아 조양제(助陽劑)로 먹었다"고 적고 있다.
대부분의 고문헌(古文獻)을 보면 고려시대부터 오계(烏鷄)라고 나온다. 그리고 검은 암닭을 오자계(烏?鷄), 검은 수탉을 오웅계(烏雄?)라 했고 털 빛깔이 희고 눈이 검은 백오계(白烏鷄)라고 나온다.『산림경제(山林經濟)』
오골계(烏骨鷄)가 일부에서 1936년 동아일보에 소개되었다 하여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들어 왔다고 주장 하나 이미 조선 중기부터 오골계(烏骨鷄)가 우리 문헌에 등장한다.
천연기념물 제265호인 충남 논산의 '연산 화악리 오계'/출처=한국관광공사 |
다만 일제강점기 조선반도에 들어 온 오골계(烏骨鷄)는 털 빛깔과 살, 뼈 등이 모두 까만 오골계(烏骨鷄)가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사육하던 털이 부드러워 흔히 실키 silkie Silky, Silkie Fowl 등으로 불리는 흰색으로 살이나 뼈가 검다.
즉 실키오골계[Silkie Fowl]를 털색이 희다하여 백봉오골계(白鳳烏骨鷄)라고도 하는데,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 후 해방이 됨에 따라 문화재청에서 경남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현:부산광역시) 오골계(烏骨鷄)를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135호로 재지정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질병으로 인하여 절멸되어 1981년 9월 17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켰다.
이를 잘못 알고 인터넷 등에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가 마치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착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 모두 우리의 재래종이라 할 것이다.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오계 |
중국 명나라 시절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1578년에 초고를 완성한 후 27년이 간 52권을 간행한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조선반도의 닭 가운데 장미계(long-tailed chicken)를 최고품으로 평가하면서 웅계탕을 세분화하여 단웅계(丹雄鷄), 백웅계(白雄鷄), 오웅계(烏雄鷄), 흑자계(黑雌鷄), 황자계(黃雌鷄), 오골계(烏骨鷄), 반모계(反毛鷄), 태화노계(泰和老鷄) 등의 약효를 달리한다 했으며, "오골계(烏骨?)에는 깃털이 희고 뼈가 검은 것, 깃털과 뼈가 다 같이 검은 것, 뼈와 근육이 다 같이 검은 것, 근육이 희고 뼈가 검은 것 등이 있다. 닭의 혓바닥을 보아서 빛깔이 검으면 근육과 뼈가 다 같이 검은 것이고, 이러한 오골계는 약효가 현저하다. 남자에게는 암탉이 좋고 여자에게는 수탉이 좋다. 그리고 오골계를 짓찧어서 환약으로 한 오계환은 부인의 모든 병에 유효하고, 또 푹 삶아서 먹기도 하고 그 국물을 마시기도 하며, 푹 삶은 것에 약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뼈를 가루 내어서 약으로 쓰기도 한다"고 쓰여 있다.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는 일반 닭에 비해 더 쫄깃하고 맛이 좋은데, 살이 검은 색이면 적근(red muscle)의 함량이 높아 쫄깃한 맛이 난다.
퍽퍽한 가슴살 부위도 식감이 우수한 편이다.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는 독특한 식재료에 있는 특유의 냄새나 조리 시 유의 사항도 없어서 그냥 닭을 마늘과 함께 물에 넣어 끓인 다음 간만 맞추면 된다. 물론,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면 더 좋지만 일반 닭과는 달리 이렇게 기본 재료만 넣어도 맛이 괜찮다.
오골계를 넣고 끓였다고 해서 국물은 검어지지는 않는다. 국물도 검은 경우는 아마도 오골계의 고기 색과 국물 색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검은 깨 또는 능이버섯을 넣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오골계(烏骨鷄)를 우콧케이(烏骨?), 중국에서는 쓰위우구지(絲羽烏骨鷄) 또는 바이펑우구지(白鳳烏骨鷄)라고 말한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1947년 충남 공주 출신으로 현재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재경 충남도민회중앙회 자문위원장, 재경 공주향우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산업대학원 초빙교수, 백석의료재단 이사장, 전국직업전문학교협회 회장, 서울관광호텔전문학교 이사장, (주)제네시스 비비큐 GFCA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KBS 도문대작', 'KNN 북평양냉면 남진주냉면/ 밀면을 아십니까?(2000년 SBS 창사특집)', '라디오다큐 : KBS 라디오 잃어버린 우리의 맛을 찾아서 5부작 (한가위 특집)' 등 다수의 방송작품과 TV다큐멘터리 제작 등에도 참여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시집 '무심차'를 펴냈으며 '김영복의 이야기가 있는 별미 산책', '한국음식의 뿌리를 찾아서'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2022년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서 열린 제19회 연산오계문화제 포스터/논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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