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경남의 위성산업, 전남의 발사체산업에 더해 대전은 미래 우주신산업 창출을 위해 필요한 미래선도형 연구개발 및 우주연구인력 양성을 맡게 된다. 대전에는 항우연, 천문연을 포함한 14개 연구기관과 3개의 대학, 69개의 첨단기술기반 우주기업이 포진해 있다.
항우연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달궤도선 다누리호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면서 바야흐로 미래선도형 연구개발 도시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전시장의 항우연 방문은 연구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면서 동시에 대전시가 우주분야에 야심찬 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주개발의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최초의 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면서 신호음을 보낸 것을 신기해하던 시대에서 60여년이 지난 지금, 위성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지구관측, 기상 측정, 농업·해양 및 환경 모니터링, 통신방송, 정찰, 정밀항법 등 다양한 분야에 위성이 쓰이고 있다.
발사체의 경우는 어떠한가. 점점 무거운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재사용발사체, 메탄·수소 등 새로운 연료 개발, 신소재 접목 등 혁신적인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우주탐사분야는 더욱 괄목할 만하다. 1960년대 아폴로 달탐사선이 달의 암석을 가져온 것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달과 다른 천체들을 정밀탐사하고 구성물질을 분석해서 이를 채굴, 자원으로 쓸 생각까지 하고 있고 아예 인류가 타 행성에서 거주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개념의 우주개발이 대두되고 있다. 우주관광, 우주호텔, 우주공장, 우주수리(on-orbit servicing), 지구재진입 운송, 우주항(space port) 등 상상이 결합된 다양한 사업들이 제안되고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새로운 개념들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인고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패도 수없이 할 것이다. 그러다 어떤 분야는 그동안의 노력을 뒤로 하고 개발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수익창출만을 기대하고, 장밋빛 미래만을 그린다면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설득논리는 그 중 하나라도 성공하는 것이 있다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인류의 생활패턴을 바꾸며 국가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산업이나 현재 활용하는 기술에만 의지해서는 미래로의 퀀텀점프를 할 수 없다. 결국 경쟁에서 밀리는 시기가 올 것이며 어느 순간 도태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우주에서는 미래선도형 기술 수요가 끊임없이 샘솟는다. 인류의 영역이 기존의 지구를 벗어나 무한정 확장되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필요기술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또한 미래선도형 기술은 발상의 전환, 창의적 아이디어, 엉뚱한 생각을 통해 구현되기도 한다. 대전시는 과감히 도전하는 문화와 기존 생각을 거꾸로 뒤집어보는 다양한 괴짜 과학자들이 신나게 일하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미국은 서부개척정신, 즉 프론티어정신을 국가의 상징적 이념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우주에서도 가장 앞서가야 하며,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도전해 봐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규정짓고 있다. 그 결과로 우주뿐 아니라 지구에서도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전시가 미래선도형 연구개발에 특화된 도시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실패에 전전긍긍하지 않는 도전적인 사업을 만들어내며, 항우연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하게 되면 우주분야에서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역과 기관이 될 것이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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