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전경. |
#2. 대전 초등학교 교사 B씨. 그는 학기 초 한 학부모로부터 저학년인 자신의 자녀를 1년간 집중 케어해 달라는 황당한 민원을 들었다. 당시 B씨는 예의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학부모는 생활지도를 이유로 밤낮없이 전화를 하는가 하면, 같은 반 자신의 조카와 짝꿍을 시켜 달라거나 급기야 급한 일이 생겼다며 하루만 등굣길을 함께 동행해 달라는 식이었다. B씨는 이 학부모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이 같은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정부의 교권 강화 대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민들은 학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만큼, 교사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가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학부모도 교육공동체의 한 축인 만큼, 소통 창구는 필요하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별 전담부서를 구축하는 등 민원처리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교권 추락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시민들은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자식 사랑 탓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구에 거주하는 김 모(39)씨는 "교사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 아니겠냐"면서 "자신의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교사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악성민원으로 교권침해가 사례가 발생하면 같은 반 다른 친구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수도 있다"면서 "학부모 스스로 상식을 벗어난 요구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안 모(41)씨도 "최근 몇 년 간 학생인권이 중시되다 보니까 반대로 교권이 무너진 것 같다"면서 "학생 인권과 교권 모두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인 만큼, 균형감 있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단체는 일부 극성인 학부모들 때문에 모든 학부모가 악성 민원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학교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전지부 대표는 "최근 교사 사망사건 이후 학부모에 의한 악성민원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치 학부모 모두가 그런 사람들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우려한 뒤 "하지만, 학부모는 교육공동체의 한 축인 만큼 학교와의 소통 창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학교 관리자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학교에 민원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교장·교감이 담임교사에게 너희 반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한다"면서 "사실상 학교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을 교사 개인에게 떠민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교장·교감이 업무량이 많아 민원업무를 볼 수 없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예산 및 인력을 투입해 학교별로 민원처리 부서 등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별도로 대전시교육청은 정부 방침에 발맞춰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교권 강화 지침이 내려오면 이에 따른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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