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亡(망할 망/ 잃을 망) 羊(양 양) 補(도울 보/ 수리할 보) 牢(우리 뢰)
출 전 : 戰國策(전국책), 楚策(초책)
비 유 : 일을 실패한 뒤에 바로 수습하면 그래도 늦지 않음을 비유.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양왕(襄王)이 주색(酒色)에 빠져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자 국세(國勢)가 날로 쇠약해져 갔다. 이에 장신(莊辛)이란 신하가 양왕에게 여러 차례 간언(諫言)했지만 양왕은 간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며 장신(莊辛)을 꾸짖기만 했다. 장신은 할 수 없이 조(趙)나라로 몸을 피신했다.
5개월 후 진(秦)나라가 초(楚)나라를 침공(侵攻)하여 도성(都城)까지 짓밟았다. 양왕은 성양(城陽)으로 달아났다. 양왕은 그제야 장신의 충고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불러들였다.
장신이 돌아오자 양왕은 친절히 그를 맞이하면서 말했다.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오. 이제 과인이 어찌하면 좋겠소?" 장신이 대답했다.
"신은 일찍이 이런 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나서 사냥개를 돌아봐도 늦지 않고, 양(羊)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라는 속담 말입니다.(臣聞鄙語曰, 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
'망양보뢰(亡羊補牢)'는 뒤늦은 행동을 힐난(詰難)이나 비방(誹謗)만 하지 말고, 실수(失手)나 실패(失敗) 후에 재빨리 수습(收拾)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서양 속담과 그 의미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속담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속담을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즉 지킬 소도 없는데 무엇 하려고 외양간을 고치느냐고 비난하는 것이 그것이다.
과연 그럴까?
잃어버린 소 이외에 다른 소가 있을 수 있고, 또 앞으로 소를 키울 수 있으므로 속담을 다른 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고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망양보뢰(亡羊補牢)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일이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비록 과실이 있어도 늦게나마 고치면 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와 관련해 그동안 남의 잘못이나 과실을 헐뜯고 탓하기만 했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는 소홀함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의 ?순오지?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명(賢明)한 사람은 그러한 잘못이 반복되거나 더 확대되지 않도록 차후 대비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참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편안함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를 잃었다고 절망만 할 것이 아니라 외양간을 고쳐서 다시 소를 키우고 조심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時或見欺不足爲恥 旣有見欺而不覺見欺(시혹견기부족위치 기유견기이불각견기)/ 어쩌다 속은 것은 부끄러울 것이 없지만 이미 속임을 당하면서, 그 속임 당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조선중기 학자 최한기의 말이다.)
어쩌면 한번 양을 잃은 다음 재차의 실수가 없도록 단속을 잘해 양떼들의 양육이 번창하는 지혜가 더 이로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전쟁을 회고하면서 쓴 징비록(懲毖錄)은 바로 징전비후(懲前毖後)의 글귀에서 따다 붙인 제목이다. 곧 왜란을 거울삼아 스스로 힘써 다시는 그런 전철(前轍)을 받지 말자는 뜻이다.
요즈음 묻지마 살인이나 이유 없는 범죄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정부나 관계기관만 비방할 것이 아니라 범죄를 범하는 원인을 잘 따져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함이 필요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도덕과 인륜교육을 도입하여 인격을 함양시키고 윤리(倫理)교육을 강화하여 인간의 가치를 알게 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차후를 대비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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