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역시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와 당근을 채썰어 팬에 넣은 다음 올리브오일을 끼얹는다. 어느정도 익으면 한쪽으로 밀치고 계란 하나를 깨트려 넣는다. 계란을 수저로 휘저어 익힌 다음 토마토와 섞어 뒤적거린다. 향긋한 토종살구도 씻고 계란을 삶는다. 그 사이 익힌 애호박을 썰어 고춧가루, 마늘, 소금, 통깨와 쫑쫑 썬 부추를 넣고 버무린다. 얼마 전 김치 냉장고에서 꺼내 일반 냉장고로 옮긴 김장 김치를 썬다. 지금 먹기 딱 좋다. 이것으로 도시락 반찬 준비는 끝. 막간을 이용해 세수를 하고 헤어 롤로 머리를 만다. 밥솥에선 밥이 다 됐다고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재촉한다. 주방으로 뛰어와 밥을 푼다. 도시락밥이다. 보라색 옥수수도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살구와 옥수수, 삶은 계란은 간식용으로 싸갈 것들이다. 이젠 아침을 먹어야 할 차례. TV 앞에서 토마토 계란 볶음을 먹으면서 조간신문을 대충 훑는다. 토마토 볶음을 싹싹 긁어 먹고 바나나와 호두를 얹은 요거트를 빠르게 먹는다. 탁상시계 초침은 더 빨리 가고 있다. 매일 아침 먹는 요거트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지중해식 아침밥인 걸?
이젠 화장을 할 차례. 바르고 두드리고 눈썹을 그리고 눈두덩과 입술을 칠하고. 가끔 남자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여자는 출근 절차가 복잡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화장은 절대 포기 못한다. 얼굴은 기미와 잡티가 도배하고 피부 탄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눈가의 주름도 계룡산 계곡만큼 깊어졌다. 김채원은 소설에서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고백했다. 한국의 역사적 상황을 마주한 중년여자의 숙명에 대해. 나는 화장을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내 몸이 서러울 뿐이다. 잠깐! 남자도 치마를 입으면 어떨까? 무더위엔 치마가 편하고 시원하다. 지난주 스키니진을 입었다가 떠죽는 줄 알았다. 인체공학적으로 볼 때 오히려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남성동지들! 사회통념을 시원하게 깨트려보시길.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의학계에서는 아침밥을 먹는 게 옳은가 그른가로 아직도 논쟁 중이다. 찬성파는 아침을 먹으면 점심, 저녁에 폭식을 안해 비만을 예방하면서 뇌를 활성화하고 신진대사를 자극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파는 밥을 일찍 먹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돼 당뇨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거기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든다. 직장인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안 먹는 경우가 많다. 바쁘고 또 다이어트 차원이지 않을까. 재밌는 사실은 양쪽 다 공통적으로 비만예방을 든다는 것이다. 나는 아침을 꼭 먹는다. 단지 먹고 싶어서다. 전날 밤 미리 아침과 도시락 메뉴를 정해 놓는다. 그 순간 설렌다. 아침밥, 먹느냐 안 먹느냐. 당신은 어느 쪽인가.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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