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방 인구소멸을 막는 원동력은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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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지방 인구소멸을 막는 원동력은 대학이다

  • 승인 2023-08-01 16:45
  • 신문게재 2023-08-0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부총장
최창하 선문대 부총장
지난 5월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K-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 중 89곳이 인구감소 지역이었고, 이 중 59곳이 소멸위기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구 감소는 산업인력 부족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

충남의 산업 부족 인력은 2만6000여 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도내 대학 졸업자의 지역 기업 취업률은 22.1%에 불과하다. 도내 대학 입학생의 상당수가 서울 및 경기권인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산업 인력 부족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지자체들도 외국인 정착제도 등을 내세우며 인구 유치에 팔을 걷고 있다.

지방대학도 사정은 같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지방대들은 정원을 채우기 위해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을 학생 충원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그 대학의 미래는 어둡다.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지역에 정주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지방대와 그 지역의 미래가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지방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구 감소세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017년 약 2548만 명에서 2021년 2605만 명으로 늘었다. '지자체와 대학의 생존'을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되는 국가적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자료다.



지방대학의 소멸을 '정해진 미래'라며, 각종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의 담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의 수를 줄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OECD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한·미·일 대학의 수는 각각 334곳, 3931곳, 1118곳이다. 국가별 인구 100만명 당 대학 수를 환산해 보면 한국 6.4개, 미국 11.8개, 일본 8.9개로, 한국의 대학 수는 적은 반면, 대학 1곳당 학생 수는 한국 7305명, 미국 3050명, 일본 23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료에서 보듯이 문제는 대학당 학생 수다. 대학 정원을 골고루 줄이면 많은 대학이 각각의 특징을 갖고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제도와 평가, 정부 재정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대학 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으나, 수도권 대학의 대형화만 가속화되고 있을 뿐이다.

해법으로 제시된 것 중 대표적인 사업이 라이즈(RISE)와 글로컬대학30이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특정 대학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오히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업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업이 정착되더라도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사회와 대학의 소멸은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해결책은 있는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사업을 포함한 첨단 산업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지역청년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첨단 산업의 분배를 통한 지역 특성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역 특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는 청년들이 원하는 '삶터'가 될 것이다. '삶터'가 제 기능을 발휘할 때, 지역 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정부가 지역소멸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수도권 대학의 쏠림을 막고 지방대와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대는 정부 평가에 따른 재정 지원 의존도가 높지만,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평가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등의 모호한 규정으로는 목적에 맞는 지원이 어렵다.

지방 소멸을 막고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는 원동력이 대학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방대학이 있어야 수도권 대학도 존재한다. 결코 대학 수가 많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지역은 물론 지방대학이 공생할 수 있는 지역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청취해야 할 시점이다.

/최창하 선문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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