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용 교수 |
건축물 붕괴사고 유형은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시공 중에 붕괴된 사고와 사용 중에 붕괴된 사고다. 최근 시공 중에 발생된 사고로 인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는 다행히 사망자가 없었고, 광주의 고층 공동주택 건축물 붕괴사고는 작업자가 사망하였다. 사용 중에 붕괴된 사례로 1995년 삼풍백화점은 준공 후 5년여 시점에서 붕괴돼 15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사용 중에 건물이 붕괴된 사례는 사고가 아닌 끔찍한 재앙이다. 준공된 시점에서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됐다 하더라도 장기간 사용 중에 내구수명이 단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율을 고려한 설계와 시공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건축구조설계식에는 기본적인 원칙과 철학이 있다. 구조물에 작용하는 하중을 꼼꼼하게 산정하고 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구조물의 강도를 결정하는 관계식으로 하중에 대해 강도값이 절대적으로 커지도록 결정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여기에 하중 계산 시 혹시 모를 환경요인을 고려해 '1보다 큰 하중계수'를 곱해 하중값이 커지게 한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구조물의 강도는 혹시 모를 시공오차 확률을 고려해 '1보다 작은 강도저감계수'를 곱해 강도값이 작게 유도한다. 그럼에도 하중값보다 항상 구조물의 강도값이 크게 되도록 설계값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건축구조안전설계의 공학적 객관성과 철학이 담긴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정확하게 계산하고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수차의 공정을 거쳐 사람의 손을 통해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환경요인과 시공오차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그만큼 안전율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왜 이러한 두려움과 세심함을 잃어가는 것인가? 최근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발표한 '2023 번영지수'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사회적자본 수준은 세계 167개국 중 107위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고, 믿음이 없는 사회로 평가됐다. 사회적 자본지수는 물질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 함께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사회적 자본이 확충된 나라일수록 법과 제도가 잘 구축돼있고 국민 간의 신뢰가 높아 생산성이 높다. 국가 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물적, 금융자본과 더불어 인적, 문화, 사회적 자본 등으로 그 종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뢰는 국가와 사회를 이루고 있는 기반이며 사회적 자본의 핵심가치로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공통의 척도이다. 도시에서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신뢰는 그중에서 매우 기본적인 가치이며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는 사용자와 공급자의 계약관계만이 아니고 사회적 안전에 대한 신뢰와도 관계가 있어 최근 여러 건의 불행한 사고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신뢰회복이 되기를 기대한다.
약 23년여 전 필자가 초급엔지니어로서 대전 노은지구 아파트 현장에 기술자문을 한 적이 있었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품질과 구조 안전성을 위해 콘크리트 배합설계와 시공품질지침에 대한 것이었다. 시공단가가 높아졌으나 시공사에서 받아들여졌고 복잡하고 어려움 없이 시공됐다. 준공되고 얼마 후 시공사에서 연락이 왔고 주민의 민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벽에 못이 안 들어간다"는 불편사항이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어 순간 당황했지만, 오해(?)는 콘크리트가 단단하다는 이해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소문으로 이어졌고 시공사는 신뢰를 얻게 됐다. 고맙다는 표현을 이렇게 하나 섭섭하기는 했지만, 콘크리트 벽에 못이 쑥쑥 들어가면 안 되는 당연한 것을 불편해했던 민원의 웃픈 기억이 다시 되새겨진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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