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이 최근 재판에 넘긴 피해자 84명 73억 규모의 전세사기 범행 구조. (그래픽=대전지검 제공) |
전세사기 피해 사건의 판결문과 공소 내용에 등장하는 부동산 브로커 A(42·조직폭력배)씨와 B(41·공인중개사)씨가 가짜 임대인을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한 진술이다. 최근 대전에서 경찰 조사가 이뤄지거나 검찰이 재판에 넘긴 전세사기 사건에 A씨와 B씨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수사당국이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먼저, 대전지검 형사2부는 신혼부부 등 전세를 계약한 8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73억8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 5명 중 2명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다가구주택 5개동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인수해, 경제력 없는 임대인을 내세우고 선순위보증금 액수를 속인 가짜 서류를 제시해 전셋집을 찾는 피해자들을 속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구속 기소된 2명 중에 한 명인 A씨가 지역에서 발생한 다수의 전세사기 범행을 기획한 '설계자'로 보고 있다. A씨는 앞서 다른 사건에서 전세사기를 설계한 배후 세력으로 확인돼 지난 5월 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A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해 이번에 피해자 84명, 73억 원대의 전세사기 추가피해가 있었음을 밝혔냈다. 다만, 이번 전세사기에서 A씨는 자본력 없이 건물주가 되어 임대인 행세를 맡아줄 사람을 물색하고, 전세를 찾는 이들에게 선순위보증금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사촌동생인 C(37·중개보조원)씨에게 전수해주고, C씨가 조폭을 동원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 재판 중이다.
경찰과 검찰은 부동산 중개인 B씨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전세사기의 '설계자'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이용해 대전 대덕구 일원에서 피해자 32명에게서 35억 원대 전세금을 가로챈 사건으로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경제력 없는 임대인을 세우고, 조작된 선순위보증금 서류를 만들어 행사했으며,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주택으로도 전세사기를 일으켜 공적자금의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대전경찰은 27일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연루된 전세사기를 적발해 11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B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씨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문제의 깡통 건물에 이미 여러 세입자가 전세계약으로 거주하고 있음에도, 월세라고 속이고 임대인이 나이는 젊으나 재력 있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건물당 3~4억 원의 '거액'을 제시하며 전세사기에 가담할 '건물명의자'를 물색했고, 일정한 직업이나 자본 없이 '수억 원대 목돈'을 노린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건물 명의자 역할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서민들의 가계와 주거 안정에 막대한 피해를 가하는 전세사기 사건을 계속 엄중하게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며 "선량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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