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수법 가르쳐 다시 범행…대전 피해 40대 설계자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전세사기 수법 가르쳐 다시 범행…대전 피해 40대 설계자들

대전경찰과 대전지검 40대 A·B씨 주목
주요 전세사기에 가담해 실질적 설계자
사촌동생에 수법 가르쳐 범행 벌이기도

  • 승인 2023-07-28 10:29
  • 수정 2023-07-28 15:09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0728전세사기
대전지검이 최근 재판에 넘긴 피해자 84명 73억 규모의 전세사기 범행 구조.  (그래픽=대전지검 제공)
"대출을 받아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차하면 임대보증금을 받아 사용할 수 있어", "이자 2년만 버티면 경매로 넘어가도 손해 보는 거 없잖아"

전세사기 피해 사건의 판결문과 공소 내용에 등장하는 부동산 브로커 A(42·조직폭력배)씨와 B(41·공인중개사)씨가 가짜 임대인을 범행에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한 진술이다. 최근 대전에서 경찰 조사가 이뤄지거나 검찰이 재판에 넘긴 전세사기 사건에 A씨와 B씨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수사당국이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먼저, 대전지검 형사2부는 신혼부부 등 전세를 계약한 8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73억8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 5명 중 2명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다가구주택 5개동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인수해, 경제력 없는 임대인을 내세우고 선순위보증금 액수를 속인 가짜 서류를 제시해 전셋집을 찾는 피해자들을 속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구속 기소된 2명 중에 한 명인 A씨가 지역에서 발생한 다수의 전세사기 범행을 기획한 '설계자'로 보고 있다. A씨는 앞서 다른 사건에서 전세사기를 설계한 배후 세력으로 확인돼 지난 5월 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A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해 이번에 피해자 84명, 73억 원대의 전세사기 추가피해가 있었음을 밝혔냈다. 다만, 이번 전세사기에서 A씨는 자본력 없이 건물주가 되어 임대인 행세를 맡아줄 사람을 물색하고, 전세를 찾는 이들에게 선순위보증금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사촌동생인 C(37·중개보조원)씨에게 전수해주고, C씨가 조폭을 동원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 재판 중이다.

경찰과 검찰은 부동산 중개인 B씨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전세사기의 '설계자'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이용해 대전 대덕구 일원에서 피해자 32명에게서 35억 원대 전세금을 가로챈 사건으로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경제력 없는 임대인을 세우고, 조작된 선순위보증금 서류를 만들어 행사했으며,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주택으로도 전세사기를 일으켜 공적자금의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대전경찰은 27일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연루된 전세사기를 적발해 11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B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씨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문제의 깡통 건물에 이미 여러 세입자가 전세계약으로 거주하고 있음에도, 월세라고 속이고 임대인이 나이는 젊으나 재력 있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며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건물당 3~4억 원의 '거액'을 제시하며 전세사기에 가담할 '건물명의자'를 물색했고, 일정한 직업이나 자본 없이 '수억 원대 목돈'을 노린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이 건물 명의자 역할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서민들의 가계와 주거 안정에 막대한 피해를 가하는 전세사기 사건을 계속 엄중하게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며 "선량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