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앞에 조성된 추모공간. 임효인 기자 |
27일 대전교육청 에듀힐링센터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의 피해지원' 상담 건수가 2023년 상반기 기준 141건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전체 상담 건수(1366건)의 10분의 1을 웃도는 수치다.
1년 전인 2022년 같은 기간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의 피해지원' 상담 건수가 24건, 전체 상담 건수가 83건인 것과 비교하면 교사들이 체감하는 정신적 고통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학교가 점차 개방되던 시기로 이후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18일 서울서이초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전국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는 한편 교권 신장을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원단체마다 추모와 함께 교권 회복을 위한 법령 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는 교권보호를 위한 4개 영역 20개 과제 요구 내용을 공개했다. 4개 영역은 각각 악성민원 대처 강화·교권보호 제도 신설과 정비·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과 지원으로 구성됐다.
전교조 대전지부의 교권보호를 위한 4개 영역 20개 과제 요구 내용. |
대전전교조는 26일 오후 대전교육청 옆 보라매공원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대전전교조 제공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러 제도 개선 요구가 잇따랐다. 응답자 99.8%가 '정당한 생활지도의 아동학대 면책 입법'에 찬성했으며 89.1%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에 동의했다.
대전지역 교사들이 토로한 교권침해 사례는 다양하다. 전국초등교사노조가 긴급 실시한 교권침해 관련 설문에 지역 교사 100명가량이 피해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중학교 교사인 40대 A교사는 "자녀는 흡연 사실을 알고 음주 상태로 학교에 와서 난장판을 부리며 기물을 파손하고 본인이 부상을 입어 119에 실려 간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중학교 3학년 아이의 준비물이 잘 챙겨졌는지 확인해 달라, 아이가 점심시간 운동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엄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황당한 사례도 많다. B교사는 "한 학부모는 교사가 검정 옷을 입어 아이가 무서워 한다며 밝은 옷을 입으라고 했다"며 "친구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있어서 학부모에게 말했더니 절대 아니라며 자신의 남편이 서울대를 나왔고 자신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등 사건과 관련 없는 말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대전교육청 앞 추모공간에 고인을 애도하는 글들이 적혀 있다. 임효인 기자 |
폭언이나 욕설 사례도 잇따랐다. E교사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지도하고 하교한 학생과 학생 엄마, 이모가 교무실로 와서 '거짓말이 죄냐, 네가 선생이냐'고 소리 지르는 일이 었었다"고 토로했다.
F교사는 "교실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학폭위를 열기로 해 가해 학생 부모에게 알렸더니 학생 아버지가 전화해 욕설과 분노를 터트렸다"며 "이후 학교 가는 것이 힘들어져 병가와 휴직을 냈다"고 털어놨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추모로 끝나선 안 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세세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권보호 원스톱 서비스를 대전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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