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처음에는 인공지능 분석이 영상분석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만 주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인공지능 분석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율주행부터 번역, 개인적 대화상대, 심지어 문화예술까지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최근 ChatGPT(OpenAI)와 BingChat(Microsoft), Bard(google)와 같은 빅데이터 기반 언어모델들이 일반인들에게 서비스되면서,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의학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의사의 판단을 대신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의료 빅데이터가 결합한 결과를 '정밀의료'라고 볼 수 있는데 2015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이래, 진료정보, 유전체정보, 인구집단 코호트, 모바일 헬스케어 그리고 보건의료 빅데이터까지 망라하여 개인에게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들을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 분석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반대로 고도화된 분석기술을 적용할 실제 빅데이터의 확보가 최근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자연스럽게 빅데이터가 확보된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거나, 중요한 정보가 기록되지 않았거나, 항목이 있더라도 결측치가 너무 많거나, 혹은 개인의 민감정보가 포함돼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등, 인공지능 학습에 충분한 질과 양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렇게 누락됐거나 부정확한 데이터셋을 활용한 인공지능 분석은 결국 왜곡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반적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은 스스로 학습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질문(입력값)에 대한 응답(결과값)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로 도출한 알고리즘은 블랙박스에 가깝다는 제한점도 이러한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하기 어렵게 한다.
그 결과 먼저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제대로 된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여 의료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정밀의료를 위한 대규모 코호트 등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사실 개인에게 최적의 의료를 정밀하게 제공한다는 정밀의료의 관점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이나 변증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의료분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전통의학에서 중시하는 땀, 대변, 소변, 성격, 체형 등의 정보들이 누락된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한의학의 예방의학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의학의 노하우를 인공지능 분석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한의 빅데이터의 구축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의 임상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및 DB화해 한의임상정보은행(Korean medicine Data Center·KDC) 시스템을 구축하고, 2007년 640여 건의 데이터를 시작으로 2022년 말 기준으로 3만255건의 데이터를 구축한 바 있다. 특히 임상 의료정보와 결합된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와 코호트 기반의 경시적 추적조사(시간 경과에 따른 특정 개체나 집단의 상태를 측정하는 연구방법)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양방 융합 정밀의료 연구에 최적화된 한의계 최대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