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기 전 좋은 부동산 건물 모습.(출처=대전시) |
한국전쟁 직후 지역의 근현대 건축상을 알 수 있던 비등록문화재인 중구 대흥동 '좋은 부동산 건물'(대흥동 176-2)이 철거되면서 대전의 근대건축물 보존·관리에 허점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6일 취재결과, 좋은 부동산 건물은 7월 17일 중구청에 건축물 철거 신고가 완료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직접 현장에 가본 결과, 철거공사가 대부분 진행돼 외형조차 없어진 상태로 확인됐다.
26일 좋은 부동산 건물 철거현장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해당 건물은 현재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 2012년 문화재청이, 2013년과 2020년 대전시가 문화재 등록을 추진했으나, 소유주의 건물 매각 의사가 없어 중단된 바 있다. 현재 문화재 보호법상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 건축물이라도 소유주의 동의 없이는 문화재 등록이 불가하다. 이에 2021년 대전시는 철거 우려에 해당 건물을 기록화 사업에 포함해 건물 도면 등 기록을 남기도 했다. 결국 보존할 수 있는 여지도 남기지 못한 채 건물은 철거되고 말았다.
특히 이번 좋은 부동산 건물 철거의 경우 대전시청과 중구청 관련 부서 간 소통 부재도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이 소유주로부터 철거신고를 받긴 했지만, 비등록 문화재이기 때문에 대전시 문화유산과에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건물이 낡아 민원도 들어오고 위험성이 있어 소유자를 추적해 유지관리를 하라고 요청했더니 소유주가 철거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철거신고가 있기 한·두 달 전 대전시 문화재 담당 부서에 문화재 등록 여부를 확인했고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아 철거절차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식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나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유관부서 간 협조로 철거위기 건물을 지킨 사례는 있었다. 또 다른 대전의 근대건축물인 대흥동 대전부청사 건물의 경우 문화재는 아니지만, 2021년 당시 중구청에 소유주로부터 철거 신고가 들어와 시-구 공조를 통해 철거를 막기도 했다. 현재 대전시는 활용을 위해 건물 매입절차를 밟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건축신고가 들어왔을 때 구청에서 회신이나 협의가 이뤄졌으면 철거를 막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며 "현재 근대건축물 2만 6000여개를 일제히 조사 중인데, 올해 12월에 끝나는 대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전문가 자문을 다시 받아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대흥동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건물 한 채가 또 하나 없어졌다"며 "뾰족집 등 과거에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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