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체전선에 따른 폭우는 훗날 무엇으로 기억될까. 예상컨데, 기후변화가 몰고 온 재난의 서막이었다고 평가되지 않을까. 오랫동안 경험한 여름 장마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고, 소나기도 아니었으며, 태풍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청양 정산에 569㎜, 공주 510㎜, 세종 485㎜가 내렸는데,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한 여름철 장마 강우량 한 달 치가 나흘 만에 쏟아졌다.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컨베이어벨트 같은 전선을 타고 내륙으로 옮겨져 충남 하늘에 쏟아낸 것이다. 환경부가 수립한 100년 빈도를 넘어 청양과 청주에서는 500년 빈도의 강우가 쏟아졌음에도 100년 빈도에 맞춰 설계한 금강이 더 큰 피해 없이 용케 버텨준 것이 다행일 정도다. 대전에서도 갑천의 수위가 올라 교량이 통제되고 공주 공산성 누각인 만하루까지 물에 잠겼을 정도이니 새로운 기상현상을 제대로 목격했다.
이번 취재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충남 농경지의 해발고도가 홍수 때 수위보다 낮은 저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금강에 수위가 홍수위까지 상승하면 자연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농경지 기준 96개 지역에 달하고 있다. 10년 빈도 강우에도 금강 중·하류 유역면적의 20%를 차지하는 1938㎢에서 내수배제가 불가능해 침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연평균 950억 원 상당의 홍수피해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쯤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이 수해지역을 찾아와 보상을 운운하는 것이 수해에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유럽의 네덜란드처럼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아 풍차를 활용해 배수하는 것처럼, 금강 중·하류는 배수장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용량을 확대하는 조치와 함께 하천의 설계를 현재 100~50년 빈도의 강우량을 대비하는 것에서 최대 200년 빈도까지 피해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조치에 앞장서고 서명하는 자치단체장과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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