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올해 폭우 무엇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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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올해 폭우 무엇을 기억할까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 승인 2023-07-26 17:37
  • 신문게재 2023-07-2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1987년 여름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파랗게 어린 벼가 자라고 있어야 할 들판이 빛을 잃고 누리끼리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대가 높은 곳을 찾아 기자가 생활한 집 앞마당에 모여 있었고, 저 아래 가게에 가서 라디오와 손전등에 넣을 건전지를 사서 오라는 심부름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들판을 뒤덮은 누르끼리한 것은 홍수로 농경지에 들어찬 강물이었고 역사는 이때를 '1987년 금강 대홍수'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집 앞마당에서 저 아래 논을 보면서 걱정하며 초조해하던 모습과 반대로 어린 나이에 흥분되었던 기분이 지금도 기억 속에 교차한다. 2003년에는 가을 태풍이 문제였다. 매년 찾아오는 흔한 태풍인데 그때 충남을 덮친 '루사'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눈물짓게 한 그해 가을 태풍 역시 지금껏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

올해 정체전선에 따른 폭우는 훗날 무엇으로 기억될까. 예상컨데, 기후변화가 몰고 온 재난의 서막이었다고 평가되지 않을까. 오랫동안 경험한 여름 장마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고, 소나기도 아니었으며, 태풍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청양 정산에 569㎜, 공주 510㎜, 세종 485㎜가 내렸는데,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한 여름철 장마 강우량 한 달 치가 나흘 만에 쏟아졌다. 바다에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컨베이어벨트 같은 전선을 타고 내륙으로 옮겨져 충남 하늘에 쏟아낸 것이다. 환경부가 수립한 100년 빈도를 넘어 청양과 청주에서는 500년 빈도의 강우가 쏟아졌음에도 100년 빈도에 맞춰 설계한 금강이 더 큰 피해 없이 용케 버텨준 것이 다행일 정도다. 대전에서도 갑천의 수위가 올라 교량이 통제되고 공주 공산성 누각인 만하루까지 물에 잠겼을 정도이니 새로운 기상현상을 제대로 목격했다.

이번 취재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충남 농경지의 해발고도가 홍수 때 수위보다 낮은 저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금강에 수위가 홍수위까지 상승하면 자연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농경지 기준 96개 지역에 달하고 있다. 10년 빈도 강우에도 금강 중·하류 유역면적의 20%를 차지하는 1938㎢에서 내수배제가 불가능해 침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연평균 950억 원 상당의 홍수피해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쯤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이 수해지역을 찾아와 보상을 운운하는 것이 수해에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유럽의 네덜란드처럼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아 풍차를 활용해 배수하는 것처럼, 금강 중·하류는 배수장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용량을 확대하는 조치와 함께 하천의 설계를 현재 100~50년 빈도의 강우량을 대비하는 것에서 최대 200년 빈도까지 피해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조치에 앞장서고 서명하는 자치단체장과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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