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미술학 박사) |
그런데 왜 이 시대에 미래 인간인 포스트휴먼에 대해 알아야 할까? 세계의 IT 기술과 생명공학 분야의 흐름을 보면 죽음을 넘어서려는 연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누가 죽고 싶어 할까? 아무도 없다. 오랜 세월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을 수없이 했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학기술과 컴퓨터가 융합하면서 분자 나노기술과 생물학적 복제 시대가 열려 세포를 인공적으로 재구성하여 불치병을 치유하고 늙지 않는 신체를 얻을 수 있는 특이점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은 포스트휴먼 개념과 융합하여 생물학적 인간과 기계인간이 결합한 포스트휴먼의 결과물인 '사이보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약한 인간을 뛰어넘어 영생불사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많은 논란이 될 테지만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포스트휴먼을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부터 철학과 과학기술 영역에서 포스트휴먼을 연구한 이들이 많다. 데카르트와 라메트리의 인간기계론, 니체의 위버멘쉬 이론,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브루아즈 파레의 보철기구 연구, 나사(NASA)의 만프레드 크린과 나단 클라인의 우주개발 시대를 맞이한 특수환경 적응 생체로서의 사이보그 연구,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 네틱스 이론, 케빈워릭의 사이보그 실험 등이다.
특이하게도 미술작품에서 포스트휴먼을 시각화한 작가들도 보인다. 잘 알려진 백남준의 'Robot K-456'에서의 사이버네틱스 작품과 제프리 다이치의 '포스트휴먼展', 스텔락의 포스트휴먼 퍼포먼스, 올랑의 카널 아트, 에두아르도 카츠의 '알바'라 불리는 이종 결합 된 유전자 변형 토끼, 레베카 혼의 초현실적 신체 변형 퍼포먼스와 기계 속 영혼을 드러내는 작업, 이불의 사이보그 작업 등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포스트휴먼 응용 분야로서 로봇 매개 치료, 인공두뇌학, 경영계, 페미니즘 이론, 의료와 군사 분야 등이 다양한 탈 육체화된 포스트휴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후 포스트휴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근거 등이 마련되면 포스트휴먼이 되기 위한 수술과 상품들이 개발되어 새로운 인간개념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러한 포스트휴먼 사회를 가속화하는 사람들을 맥스 모어는 엑스트로피언이즘(Extropianism, 초인간주의)이라는 철학 용어로도 정립한 바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에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인간과 포스트휴먼과의 엄청난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인간과 기계의 혼종이 늘어날 것이고, 자신의 기억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다른 신체에 업로딩 될 것이며, 죽음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다양한 의학적 수술 방법 및 약학에 의한 치료와 인공장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기계를 통한 구원의 시대다. 포스트휴먼은 어느 한정된 전문분야에서 부각된 현상이 아닌 인간의 욕망에서 발현되어 여러 분야로 분화되어 가는 중이다. 포스트휴먼 시대가 열리면 열릴수록 많은 사람은 철학적, 종교적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나는 기계인가 사람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신은 있는가? 영생을 갖기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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