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익준 기자 |
일단 싸우는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내건 현수막이 시민의 전당인 대전시의회의 여야 파행을 일으킬 사안인가. 물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권 개입 의혹을 직격한 현수막은 매우 자극적이다. '시의원인가 업자인가'라는 문구가 특정인이 아닌 전체를 지칭해 의회 신뢰도 추락에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의회 밖 정당 활동 문제가 지금처럼 여야가 싸우고 반쪽짜리 의회를 만들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볼모로 삼은 게 문제다. 당론이었든 아니든 이들의 조례안 발의에 필요한 서명을 단체로 거부하자는 발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민 생활과 직결하는 조례는 예외를 두겠다고 했지만, 지방의회 조례 대다수는 시민 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애초부터 민주당 의원들의 조례 제정권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했다.
이후엔 확실한 자책골을 넣었다. 논란이 일면서 의원 개개인과 상임위 자체적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으나 웬걸, 국민의힘 상임위원장들이 민주당 의원들의 조례를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됐든 민주당의 회기 보이콧에 결정적인 명분을 쥐여줬고 이번 파행사태를 초래한 단초가 됐다. 정 그렇다면 조례를 상정한 뒤 토의를 거쳐 유보 또는 부결했으면 그만이다. 의회의 정상적인 운영 절차는 지키는 게 맞았다.
그럼 민주당은 선의의 피해자인가.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선 회기 보이콧과 농성이 과연 능사였을지 의문이다. 회기는 참여하되, 투쟁은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을 썼어도 됐다. 특히 이번 회기에선 하반기 주요 업무보고가 이뤄져 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그럼에도 회의실을 뛰쳐나가 지금의 파행사태에 이르게 했다. 국회의원들까지 개입하면서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든 책임도 있다. 솔직히 누워서 침 뱉기다.
이번 사태가 단순 현수막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현수막은 대외적인 명분 거리일 뿐 본질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책임을 가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24일로 임시회가 끝나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다. 이참에 그동안 쌓인 불만과 갈등을 깨끗이 털어내고 추락한 의회 위상을 다시 세울 때다. 제대로 된 시민 중심의 열심히 일하는 의회를 보고 싶다.
/송익준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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