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A양이 두통 등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교내에서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KBS가 공개한 당시 학교 엘리베이터 내 CCTV 영상에는 A양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이 담겼다. A양은 머리가 아프다며 교내 보건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A양은 두통을 호소한 지 50분 만에 구급차를 탔지만, 대전 내 A양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세종까지 이송됐다. 구급차에 탑승한 지 한 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해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입원치료 중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치료받을 병원을 제때에 찾지 못해 길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사건이 전해지자 유사한 사고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환자를 치료할 병원을 찾기 위해 한 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지난 5월 말까지 29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환자 치료에 필요한 전문의가 해당 병원에 없어 재이송한 사례가 15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응급실에 병상부족(4건)이 뒤따랐다. 지난해에는 대전에서 119구급대 재이송 사례는 114건으로 보고됐다.
특히, 대전은 여러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운영 중으로 중증분야 응급진료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의 순환당직제와 소방-병원간 정보 공유시스템을 가동 중에도 응급환자의 재이송 진료 지연을 예방하지 못했다. 4개 대학병원과 4개의 종합병원이 거미막하 출혈과 대동맥박리, 장충첩 및 폐색, 이산화탄소 중독 등 10가지 중증 응급질환에 필요한 전문의가 순환 당직제를 가동 중이다. 이때도 이들 질환 모두가 가동되지 못하고 일부에서만 시행되거나, 중증이 아님에도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함으로써 응급환자가 병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때문에 이들 병원의 중증 응급질환 순환당직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조율과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개원 전문의가 취약시간 필수의료에 가담할 수 있도록 개방병원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질환의 진료 공백을 보이는 진료과와 시간대가 조금씩 확대되고, 한 진료과의 공백은 협진이 필요한 다른 진료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병원 단위를 넘어 지역 단위로 의사와 의료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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