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건양사이버대 총장 |
전통적으로 교수-학습 상황을 논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학습이론(learning theory)'이란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학습이란 무엇이고, 이 행위를 통해서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처리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학습이론을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없는 독자라도 어렴풋이, 행동주의(behaviorism), 인지주의(cognitivism), 구성주의(constructivism)라는 단어는 살며 지내며 들어봤을 것이다. 행동주의를 논할 때는 어김없이 우리의 머릿속에 침을 흘리는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정확하게는 파블로프(Ivan Pavlov)의 개에 관한 실험으로 학습은 자극과 반응을 통해서 일어나고, 보상(reward)과 벌(punishiment)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학습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인간의 머릿속에서 앎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행동을 교정하고 명시적 행동으로 학습의 목표와 결과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교육학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지주의는 행동주의가 설명하지 못하는 학습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과정을 설명해 주고는 있으나, 개인차를 바탕으로 한 지식의 상대성과 창의적 사고와 같은 고차원인 사고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근자에는 학습자들이 사회와 상호작용을 통해 맥락적 지식을 구성해 간다는 '구성주의'가 교육 분야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교수학습 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습자 중심교육, 맞춤형 교육, 협력학습 등이 모두 구성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학습이론들은 이후의 이론이 이전의 이론을 대체하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이전의 학습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력을 첨가하면서 함께 발전해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학습이론들은 디지털 학습 환경이 일상이 되기 이전에 학습을 설명한 이론이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학습 과정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차에 사이버대학교의 진퇴를 진두지휘하는 총장으로서 사이버학습에 진일보된 설명력을 첨가하기 위한 고민에서 최근 재미있는 논문을 하나 찾아서 읽게 되었다. 2005년 George Siemens가 발표한 'Connectivism: A Learning Theory for the Digital Age'이란 논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사이버교육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매우 강력한 설득력을 제시해 준다.
요약해보면, 일차적으로 학습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의 습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정보에 연결하여 상호작용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지식은 칠판, 책상, 의자를 포함하고 있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벽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테두리와 한계가 없는 디지털 자원을 통해서 스스로 찾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디지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정보와 질적인 부분의 적절성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디지털 문해역량을 학습자가 겸비해야 한다. 이렇듯 연결주의는 학습자의 행동교정과 인지과정 및 지식의 내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전통적인 학습이론들과는 달리, 지식은 학습자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제는 디지털 학습 환경이 학습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적합한 학습이론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인 패러다임(paradigm)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다. Thomas Khun은 '과학혁명의 역사'라는 책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계속 발견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아무리 목놓아 지구가 둥글고 태양 주변을 돈다고 외쳐도, 당시 세상을 바라보는 지배적인 눈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갈릴레오의 이러한 용기는 지구와 태양을 포함한 우주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다. 팬데믹 이전에 이미 세상의 교육은 디지털 전환의 흐름과 보조를 맞춰 변화하고 있었고, 이러한 교육방법의 온라인화를 통한 사이버학습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서 우리 사이버대학은 갈릴레오처럼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학습자의 행동과 머릿속에서 맥락적으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바깥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의 사이버학습 환경은 이러한 지식의 구성을 위해 우리와 우리 밖의 모든 것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필자의 주장이 아직은 갈릴레오의 그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전혀 외롭지 않다. 왜냐면 이렇게 교육방법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 함께 반년을 달려온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반년의 여정을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 된 사이버학습과 사이버대학이라는 궁극의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아직 물음표를 던지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질문하나만 드리고 싶다.
"여러분!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 생태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계획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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