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지역의료계에 따르면 어린이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대전 한 의료기관이 지역 내 11곳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발달선별검사(DDST-Ⅱ)를 시행했다. 유치원 교사가 발달지연을 겪는 것으로 여겨지는 아이에 대해 부모의 동의를 받아 해당 의료기관에 발달선별검사를 신청하고, 치료사가 해당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상담하며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유치원 11곳에서 40명의 아이들을 검사해 28명(70%)에게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정도의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28명 중에 12명에게서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겪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해 아이들이 언어 학습 기회를 놓치고, 한 아이만 낳아 육아를 처음 경험하면서 또래의 발달 정도를 알지 못해 발달지연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서울시에서는 2022년 12월 어린이집에 다니는 0~5세 456명에게 영유아 발달실태 조사를 실시해, 아동 152명(33%)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발달지연이 의심되고 67명(14.7%)에게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유아기를 보낸 아이의 절반(47.7%)에게서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는 통계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방안에 아동의 발달지연 문제 개선책이 담겼고, 서울과 부산시에서는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발달지연 영유아 조기발견 사업이 시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발달선별검사를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대전에서는 검사지를 유치원과 집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우려되는 아동을 선별하거나 직접적인 조기개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에서 선별검사를 시행한 이헌주 대전웰니스병원 어린이재활센터 팀장은 "입술을 충분히 움직이지 않고 발음해 상대에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의 발달지연 의심 사례가 가장 많았고,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여전히 손짓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등의 지연 의심현상이 여러 아이들에게서 관찰됐다"라며 "유치원 교사가 발달지연이 걱정된다고 부모에게 말하면 오히려 역정을 듣거나 유치원을 옮기고, 발달지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조기발견과 개입이 늦어지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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