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지대병원 박상현 교수 |
"식욕이 별로 없고 속도 메스꺼워요. 가끔 구역질도 나는 것 같아요."
증상만 보면 빈혈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의 일부다. 저혈압은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90㎜Hg 이완기 혈압이 60㎜Hg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특히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저혈압 환자는 여름철(6~8월)이 겨울철(12~2월)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온도가 상승하면 열을 분산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량이 줄어 혈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전을지대병원 심장내과 박상현 교수의 도움을 통해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 알아본다.
▲빈혈 아닌 기립성 저혈압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고혈압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저혈압'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살면서도 고혈압에 비해 저혈압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거나, 저혈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피가 모자라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단순히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에서 저혈압과 빈혈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 둘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대전을지대학병원 심장내과 박상현 교수는 "저혈압은 심장 기능의 이상 등으로 혈관 내 압력이 낮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심혈관계와 관계가 있는 반면, 빈혈은 혈액속의 산소를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혈액계 질환이므로 두 질환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저혈압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 저혈압과 2차적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기립성 저혈압은 진단을 위한 측정 방법이 정해져 있다. 누운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한 다음 일어나서 적어도 3분 이내에 혈압을 측정하는데, 이때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 떨어지는 경우에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낙상 부르고 뇌에 후유증
보통 저혈압은 심장 질환, 신경계 질환, 약물, 체액 감소, 출혈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특별한 원인 없이 혈압만 낮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기립성 저혈압은 증상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박상현 교수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부터 현기증, 무기력, 전신 쇠약감, 구역질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라며 "증상이 심한 환자나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눈앞이 하얘지면서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결국 낙상으로 이어져 골절을 입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어지럼증 하나만으로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기립성 저혈압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추신경계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뇌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물 충분히 마시고 염분 섭취도
기립성 저혈압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혈압이 낮은 이유를 찾고,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 혈관은 확장되면서 혈압이 낮아져 저혈압 환자가 6~8월에 12~2월부터 2배가량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뇌질환, 당뇨성 말초 신경장애인 경우가 많으며, 만약 약물에 의한 증상이라면 약물 복용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의심되는 증상들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작은 노력들로 개선할 수 있다. 먼저 앉았다 일어나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 체위를 바꿀 때에는 급격하게 바꾸기 보다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또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미네랄과 비타민 등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하루 2~2.5리터(ℓ) 정도의 물을 충분히 마시고 적당량의 염분을 섭취하는 것도 기립성 저혈압 치료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규칙적인 운동은 가능하나,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해를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탈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되도록 실내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박상현 교수는 "만약 이른 아침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베개 등으로 조절해 머리를 15~20도 이상 높게 하고 자는 것이 좋고,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경우라면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줌과 동시에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압박스타킹 등을 신으면 도움이 된다"라고 제언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